귀여운 저는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향했어요. 가는 길에 있는 거울을 보며 잠깐 머리를 다듬기도 하면서요. 거울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역시 저는 귀여우니까요.

오늘은 누가 사무실에 있을까요. 기대하면서 문을 열었어요. 요즘 새로운 노래가 나온 리이나 씨와 나츠키 씨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마유 씨와 사에 씨가 있네요. , 생각해보니 곧 두 사람의 듀엣곡이 나온다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요.


마유 씨, 사에 씨. 좋은 아침이에요.”


조용히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어요. 고운 기모노를 차려입은 사에 씨와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마유 씨는 굉장히 귀엽군요. 물론 저보단 아니지만요. 하지만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귀여움이에요.


, 사치코 양. 안녕하셔요.”


먼저 사에 씨가 저를 보고 반겨주었어요. 한때 같은 유닛을 한 사이니까 당연한 거겠죠.


마침 좋을 때 왔네요. 사치코 쨩.”


마유 씨도 저를 반겨주는군요. 그런데 평소보다 상당히 들뜬 목소리인데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제 등줄기를 타고 흘렀습니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벌칙이 번지점프라는 걸 직감했을 때처럼……. 설마, 아니겠죠?

그러나 마유 씨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제 예감이 맞았다는 걸 확신했어요. 마유 씨의 옥색 눈동자 안에 하트가 보여요! 평소의 마유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과 관련되는 순간 무시무시한 사람으로 변한다는 걸 같이 일하는 아이돌이라면 다들 알고 있죠. 그러니까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겠어요.


, 두 분 신곡 준비로 바쁘죠? 그럼 귀엽고 눈치도 빠른 제가 자리를 피해 드려야…….”

그럴 필요는 없어요.”


불길해 보이는 희미한 미소까지 지으며 마유 씨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든 빠져나와야……. 그래요. 사에 씨가 있었죠. 분명 사에 씨라면 저를 구해줄 거에요! 우리는 같이 KBYD를 한 끈끈한 인연이…….


그럼요. 여기 있어도 괜찮으셔요.”


이럴 수가, 사에 씨마저 저를 배신하다니요. 마유 씨의 강한 의지가 사에 씨를 굴복시킨 걸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사에 씨의 표정이 너무나도 밝은 걸요. 평소와 같은, 아니 평소보다 더 환한 미소에요. 사에 씨가 저런 걸 보니 괜찮을 것도 같은데, 고개를 조금만 돌려서 마유 씨를 보면 또 겁이 나네요.

일단 무작정 도망칠 수는 없으니 그녀들의 말에 따라 건너편 소파에 앉았어요. 그러자 마유 씨와 사에 씨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니겠어요? 제가 아무리 귀엽다 해도 그렇게 쳐다보면 부담스럽다고요. 특히 마유 씨 가요.


저기……. 물론 귀여운 저를 계속 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멀리서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아요?”

그렇군요. 사치코 쨩.”


여전히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마유 씨가 대답했습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제 쪽으로 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사에 씨도 덩달아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어요. 제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은 제 양옆에 앉았습니다.


, 저기……. 마유 씨? 사에 씨?”


떨리는 제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두 사람은 제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 그래요. 틀림없이 제 귀여운 얼굴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겠죠. 그렇다면 제가 이해해줘야죠.

저는 굳게 마음을 먹고 정면을 보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마침 정면에 시계가 있네요. 천천히 흘러가는 초침을 보며 시간을 헤아렸습니다. 1. 10. 30. 1. 130. 2. 3. 5. 10. 시간과 함께 제 식은땀도 함께 흐를 무렵, 결국 저는 다시 입을 열었어요.


저기, 두 분……? 제 얼굴만 너무 보시는 거 아닌가요……?”

어머나, 그렇군요. 너무 실례했사와요.”


다행히 사에 씨가 먼저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반면 마유 씨는 여전히 제 얼굴을 바라보고 계시는군요. 아무래도 사에 씨에게 매달려서 탈출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럼, 노래라도 불러 드릴게요. 사치코 양.”

그럼요. 노래라도 불러 주셔야……. 잠깐, 뭐라고요?”


당연히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노래라니요. 깜짝 놀라서 사에 씨를 쳐다보았지만, 화사한 미소만을 짓고 있을 뿐이었어요.

또다시 사에 씨가 마이페이스에 들어가 버렸으니, 남은 희망은 마유 씨 뿐이에요. 저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마유 씨를 쳐다보았습니다. 제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가만히 있던 마유 씨가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래요. 사랑에 빠진 마유 씨는 아무도 못 말리지만, 기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니까요.

자리에서 일어난 마유 씨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을 집더니 조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유 씨는 만족스러운 듯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는 저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답니다.

 

かきけたこのてだったから

풀을 헤치며 걸어온 이 길이 전부였기에

 

……?”

아니, 진짜 노래 부르는 거예요? 불러주는 건가요? 그것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에요. 아마 이번에 나오는 신곡이겠지요. 신곡을 들려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걸 꼭 이렇게 가까이서 불러야 하나요?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도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だけどあのあなたと出会笑顔けて

하지만 그 날 당신과 만나 미소를 접하고 마음이 녹아서

 

녹아버릴 듯한 마유 씨의 황홀한 목소리에 이어 부드러운 사에 씨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어요. 물론 같이 연습을 하면서 많이 듣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들은 적은 처음인걸요. 사에 씨를 보면서 당황하는 사이 일어서있던 마유 씨가 다시 제 옆에 바싹 붙어 앉았습니다.

 

あったかい

따뜻한 꿈 앞에서

 

따뜻한 마유 씨의 숨결이 제 귓가에 와 닿았습니다. 마유 씨는 꿈 앞에 있지만 저는 그 마유 씨의 앞에 있어서 너무 정신이 없네요.

 

えはしないけど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조금 전보다 더 정신이 없어서 저는 그저 식은땀을 흘리는 일밖에 하지 못했어요. 조금 전엔 시계를 볼 여유는 있었지만 말이에요.

 

あいくるしいえたから

너무나도 귀여운 사람과 만났으니까

永遠かめるように背中つめてみた

영원을 확인하듯이 그 등을 바라보았어

 

이젠 두 분이 동시에 합창하기 시작했어요. 제 등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제 얼굴을 바라보면서요. 두 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이 순간이 제겐 영원과도 같이 느껴지네요. 물론 제가 너무나도 귀여운 사람인 건 맞지만, 그걸 꼭 이렇게 확인하실 것까지는…….


になんか正解されたような

갑자기 정답의 바람에 휩쓸린 듯

いなんて単純なものだよ

내 바람은 단순한 거야

 

제 바람도 단순해요.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빠져나가는 거에요. 이 귀엽지 않은 상황에서요. 여러분과 함께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요. 


いつもりに……

언제나처럼

 

마지막 가사를 끝낸 뒤 두 분은 후렴구를 조용히 읊조렸고 이윽고 노래는 끝이 났습니다. 저는 넋이 나가 멍하니 소파에 너부러져 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웃기 시작했어요. 영문도 모른 채 멍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자 사에 씨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미안해요. 사치코 양. 실은 이번 노래가 귀여운 사람에 대한 노래여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꼭 사치코 양 앞에서 불러보고 싶었사와요.”

우후후. 사치코 쨩은 누가 뭐래도 미시로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돌이니까요.”


노래 가사를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요. 놀라서 심장이 아직도 쿵쾅거리고 당황스러워서 흘린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하긴 하지만 미시로에서 가장 귀여운 저에게 귀여운 사람에 대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니 어쩔 수 없지요. 저는 소파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역시 그렇죠? 조금 놀랐지만, 이것도 다 귀여운 저니까 두 분이 그런 거겠죠.”

그렇답니다.”

그래요.”


순식간에 뿌듯함이 가득 차오른 저는 절로 콧대가 높아졌어요. 너무 귀엽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생기네요. 앞으로는 좀 더 프로답게 당황하지 않는 게 중요하겠군요.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귀여운 저는 마음도 넓으니까요.”


두 사람은 귀여운 데다 아량까지 넓은 제 마음에 감동을 받았는지 연신 환한 미소를 지었어요. 귀여운 저는 두 사람의 미소를 뒤로 한 채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귀여워요.”

귀엽군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쿡쿡 웃었다. 즉흥적으로 한 장난치고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장난이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상대가 사치코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누가 뭐래도 미시로에서 가장 놀리기 쉬운 사람인 사치코였기에.


저런 점이 사치코 양의 좋은 점이여요.”

그렇죠. 우후후.”


물론 그런 허술한 점 또한 사치코의 귀여움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다. 미시로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돌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 노래 가사도 그런 사치코 쨩을 떠올리며 만들기도 했고요.”


마유의 말에 사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꼭 사치코 양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었사와요.”


장난이 섞이긴 했지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만은 진짜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무대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데레스테에도 이벤트곡으로 등장한 아이쿠루시이를 듣다보니 두 사람이 사치코를 보고 만든 가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된 팬픽입니다.

사에가 다른 아이돌을 부를 때 -항 이라고 하는 걸 어떻게 번역하지 하고 한시간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양으로 했습니다. 교토벤을 아가씨 말투로 번역을 하니까 -양이 자연스럽지 않나 해서요.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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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잠시 부장님을 만나야 하니 먼저 가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프로듀서.”


드디어 길고 길었던 오늘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저는 아픈 다리를 만지며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서서 진행하는 토크쇼였기에 다리가 아프네요. 빨리 사무실에 가서 쉬다가 집에 가야겠어요.


문득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이니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겠죠? 특히 프레데리카씨나 시키씨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많아 떠들썩한 분위기도 좋지만 지금은 혼자서 쉬고 싶으니까요.


문을 열자 침묵만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다행이에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파로 다가가자 나른한 숨소리가 제 귀를 간질였습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후미카씨가 자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다시 한 번 깊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후미카씨는 괜찮으니까요.


조심스레 곁에 다가가 앉았습니다. 무릎에 펼쳐진 책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드셨나 보네요. 너무나도 후미카씨 다운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차, 큰 소리로 웃으면 안 되죠. 저는 소리를 억누른 채로 목을 가다듬었습니다.


문득 후미카씨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지만 도톰한 입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코, 정돈되지 않은 검은색 머리카락이 눈 위를 반쯤 덮고, 그 위에는 항상 쓰고 다니는 흰색 머리띠가 있었습니다. 수수하지만 동시에 수려한 용모입니다.


정말 꾸미지 않아도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람이라니, 반칙이에요. 게다가 무대에 나가기 위해 화장을 했을 때의 모습은……. 저도 나중에 후미카씨처럼 될 수 있을까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후미카씨의 얼굴을 바라보느라 누군가 방에 들어오는지도 몰랐어요. 저와 후미카씨의 평화를 망치는 방해자는, 제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호오, 좋은 광경을 혼자 즐기고 있네?”


화들짝 놀래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거기에는 언제나처럼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카나데씨가 있었어요. 불안합니다. 위험합니다. 카나데씨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건 저에게 장난을 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저는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카나데씨에게 소리쳤습니다.


뭔가요, 카나데씨! 그렇게 몰래 발소리도 내지 않…….”

.”


카나데씨가 손가락을 제 입술에 갖다 대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을 들어 후미카씨를 가리켰습니다. 저는 그제야 아차 싶었어요. 다행히도 후미카씨는 별다른 반응 없이 잘 자고 있었습니다.


후미카가 깨잖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번만은 카나데씨의 말에 수긍해야겠네요. 저는 다소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그래. , 그럼.”


갑자기 카나데씨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카메라 앱을 실행시키는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저 앱은 분명 무음 셔터 기능이 있는 앱이었습니다. 저는 후미카씨의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카나데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잖아? 사진으로 남겨둬야지.”


카나데씨가 행동을 멈추지 않자 저는 그녀의 팔을 양손으로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여고생. 체격의 차이가 분명합니다. 매일 느끼는 거지만, 오늘은 더더욱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때, 카나데씨가 제 귓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너에게도 한 장 보내줄게.”


한 장. 사진 한 장. 자는 사진 한 장. 그 달콤한 유혹을 들으니 팔에서 힘이 점점 빠졌습니다. 후미카씨의 자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니. 분명 갖고 싶었지만……. 그래도 본인의 동의 없이 찍은 사진인데…….


제 내면의 악마와 천사가 한창 싸우는 와중에 카나데씨는 이미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제 스마트폰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습니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겠지요. 저는 결국 악마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습니다. 이따가 후미카씨가 깨어나면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그럼 내일 봐, 아리스.”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악마와 같은 사악한 미소만을 남긴 채 카나데씨는 떠났습니다.

 







4개월만에 글 쓰네요.

짧은 엽편입니다.

앞으로 짧은 엽편을 계속 쓰면서 데레마스 관련 소재를 이리저리 고민해 볼 것 같습니다.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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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이 26일인줄 알고 예약했는데 25일이더라. 뭔가 손해본 기분이다.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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