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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9 [아스란코] After 'Endless Possibilities'

, 그대도 그리모어를? 그런 금단의 책을 타인에게 드러내다니…….”


란코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참기가 힘들지만, 귀엽다고 말을 하면 더 부끄러워하겠지. 물론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만, 여긴 다른 사람도 있는 카페다. 눈이 많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나는 상관없어. 너와 함께라면, 나의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거든.”

?”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조금 내리자 양손으로 꼭 붙잡고 있는 그림 일부가 보였다. ‘상처받은 악희, 내 이름은 브륜…….’ 라는 글자와 함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란코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등 뒤에는 검은 날개를 휘날리는 그림은 가히 악희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자태였다.

역시 신은 죽었다. 니체의 유명한 말을 곱씹으며 쓰게 웃었다. 있어 보이는 것처럼 흉내만 내는 나와는 달리, 란코는 뭐든 진짜다. 어디서든 주목을 받는 수려한 용모, 팬들을 절로 끌어들이는 청아한 목소리, 스스로의 옷을 디자인 할 정도로 빼어난 그림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 빛나는 순수함까지. 이렇게 타고난 재능만으로도 타인을 압도하는데 심지어 노력가이기도 하다. 시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언어도 매일 밤 사전을 보며 공부를 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그녀와 친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다시 한번 외쳐본다. 신은 죽었다.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두 발로 걸어 다니는데, 내가 어떻게 신의 존재를 믿을까.


새로운 문…….”


란코가 잠시 내 말을 되새기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특유의 웃음소리로 화답해주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절로 안정되는 목소리다.


좋다! 때가 되면 그대를 내 약속의 세계에 초대하마!”


손을 펼치는 그녀를 보며 나도 미소를 지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언제나 완전함을 원한다그렇기에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재능을 모두 가진 그녀를 친애하고 또 존경하며 그리고 갈구한다. 내가 그녀에게 완벽함을 배우려는 의미도 있지만, 그녀의 곁에서 언제나 그 완벽함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기에. 나는 항상 그녀의 옆자리에 있기를 원한다.


어디, 보여다오! , 이건 단죄검의 목걸이……!”


나의 모자란 그림 실력을 보고 핀잔을 주기는커녕, 화들짝 놀라며 나의 아이디어를 칭찬해주는 란코의 모습은 실로 지상에 내려온 천사와도 같았다. , 본인은 천사보다는 마왕이나 타천사를 좋아하니 천사 같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아니면 내가 한 말이라고 좋아해주려나. 갑자기 엄청나게 신경 쓰여서 심란해졌다. 내가 홀로 심각해하자 한참 내 노트를 보던 란코가 나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 아스카. 내가 말을 잘못하기라도……?”


평소의 힘찬 목소리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란코가 정말로 당황하거나 했을 때 나오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다. 평소의 란코도 귀엽지만, 이 상태의 란코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엽다. 나는 표정을 펴고 대답을 건넸다.


안심해도 돼. 란코.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언어는 내게 있어 축복과도 같은 것이니까. ‘잘못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지.”

……. , 후후후. 역시 이 세계를 구원할 사도로다. , 나와 함께 어둠의 날개를 펼치자!”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말을 쏟아내는 란코를 보며, 다시금 웃음을 지었다. 란코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미소를 짓게 된다. 학교에서 으레 하고 다니는 형식적인 미소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아아, 또다시 가슴 속에서 감정이 요동친다. 세계를 냉정히 바라보는 관측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뜨거운 감정이. 두뇌를 멈추게 하며 이성을 무디게 하는, 감정의 극한. 희망보다도 뜨겁고 절망보다도 깊은 것.


란코.”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사랑이다.

 

 

 




제목의 'Endless Possibilities'를 보시면 알겠지만, 신데렐라 극장 애니메이션 13화의 뒷이야기를 아스카의 시선에서 아주 짧게 써 보았습니다. 'Endless Possibilities'는 13화의 제목이죠.

'희망보다 뜨겁고 절망보다도 깊은것'은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 모 캐릭터가 하는 대사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상황에 어울릴거 같아 썼습니다.

원래 극장 13화 보고 뽕이 차서 바로 쓰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과 다크소울 때문에 늦어졌네요.

앞으로도 계속 짧은 아이디어를 이런 식으로 짧은 엽편으로 써서 올릴 예정입니다.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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