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그녀는 그저 웃을 뿐이었습니다. 비웃을 뿐이었습니다. 탁한 보랏빛 눈동자로 저를 주시하던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렸습니다. 그리곤 휴게실을 나가며 덧붙였습니다.

완벽하게 그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헛수고야.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완벽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그곳을 바라보던 저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또 그녀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다시 그녀에게 미움을 받아버렸습니다. 저는 그저,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녀와 함께 무대에 서면 족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꼬였을까요.


◇            ◇            


너희들! 유닛을 할 생각이 있긴 한 거냐?”

언제나 그랬듯 엄격한 말이 쏟아졌다. 오늘도 적당히 흘려들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나를 직접 호명했다.

특히 니노미야! 칸자키는 그래도 너에게 맞추려는 노력이라도 하는데 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뭐라고?”

지금의 너는 칸자키보다 훨씬 못해. 알고 있는 거냐? 데뷔도 한참 일찍 한 녀석이, 이제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후배에게 맞출 줄 모른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내가……. 란코보다 못하다고? 이 내가? 말도 안 된다. 비록 오디션 때는 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마니시 부장의 변덕 때문이다. 본래라면 절대 질 리가 없는 승부였다고!

그렇게 협조할 생각이 없으면 그만 둬라! 나도 협조하지 않는 녀석은 가르치고 싶지 않다!”

순간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 베테랑 트레이너를 노려봤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나라고 하고 싶어서 하는 유닛인 줄 알아? , 그래. 그만두지! 그만 둔다고!!”

베테랑 트레이너에게 소리를 지른 뒤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이를 갈며 무작정 건물 밖으로 향했다. 온갖 잡념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이게 다 란코 때문이다. 칸자키 란코와 만난 뒤 내 인생이 망가져 버렸다. 나를 따라하는 그 빌어먹을 년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란코가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2018년 7월 15일 동네 페스타 제3회 어나더 스테이지 첫 출전

「Assimilate」 흑서&사현의 다크 일루미네이트 팬픽 트윈지

A5 71p 인쇄본 / 표지 컬러 무광 / 5000원

글 흑서 & 사현 / 표지 일러스트 나예







그런데 대체 내게 무엇을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끈덕지게 권유는 하는 걸까? 몇 달 동안 같은 교실을 쓰는 반 친구도 나를 잘 알지 못하는데, 어제 처음 본 사람이 내게 가능성을 보았다고?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자꾸 가능할거라고 하는데,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당신이 아는 건 내 외모와 성격 약간 정도야.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내가 아이돌에 적합하다고 하는 거야?”

다소 큰 소리로 말하지 남자는 조금 놀랜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채로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호죠 씨가 꼭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호죠 씨는, 아이돌을 동경하며 열심히 땀을 흘리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내가? 땀을 흘렸다고? 열심히? 이 사람은 대체 무얼 본 걸까.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기분 나쁘다.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아는 척 하는게 너무나도 기분 나빴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난 노력 같은 거 한 적 없어. 아이돌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야. 다른 누군가와 착각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노력이라고! 알아? 수술이 성공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노력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다고!”

크게 쏘아붙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너무 큰 소리로 화를 내 버렸다.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고 해도 그는 어제 처음 본 사람이다. 다소 심했다고 생각하며 사과의 말을 생각하는데 그가 목을 긁으며 입을 열었다.


◇            ◇            


やかな色 纏波紋

선명한 색을 휘감은 파문은

風受けて った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어

 

우리는 같이 입을 열었고, 동시에 숨을 내뱉었다. 입을 떠난 소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선율과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되었고 관객들의 곁으로 가서 내려앉았다.

동시에 우리는 몸을 움직여 정해진 동작을 취했다. 우리의 몸짓은 허공에 흐르는 음악을 두르며 춤이 되어 관객들의 망막에 새겨졌다.

처음 네 마디가 끝나고 반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천천히 안무를 하면서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던 그들은 곧 소리를 지르며 호응을 해 주었다. 처음 듣는 노래, 처음 보는 춤, 처음 보는 아이돌이지만 그들은 파란색 콘서트 라이트를 흔들며 환호하였다.

빛나는 조명, 솟아오른 무대, 열광하는 사람들. 텔레비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존재들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긴장감과 열등감이 하찮게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2017년 6월 25일 동네 페스타 제2회 어나더 스테이지 첫 출전

「가련한 사랑」호죠 카렌X타케우치P 팬픽 개인지

A5 61p 인쇄본 / 표지 컬러 무광 / 5000원

글 사현 / 표지 일러스트 퓨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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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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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017년 6월 25일 동네 페스타 어나더 스테이지 첫 출전

「가련한 사랑」호죠 카렌X타케우치P 팬픽 개인지

A5 61p 인쇄본 / 표지 컬러 무광 / 6000원

글 사현 / 표지 일러스트 퓨엔테

※ 인포에 있는 이미지는 웹 업로드용으로 사이즈와 해상도를 줄인 버전입니다.




샘플


아까부터 자꾸 가능할거라고 하는데, 당신이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당신이 아는 건 내 외모와 성격 약간 정도야.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내가 아이돌에 적합하다고 하는 거야?”

다소 큰 소리로 말하지 남자는 조금 놀랜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채로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호죠 씨가 꼭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호죠 씨는, 아이돌을 동경하며 열심히 땀을 흘리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내가? 땀을 흘렸다고? 열심히? 이 사람은 대체 무얼 본 걸까.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기분 나쁘다.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아는 척 하는게 너무나도 기분 나빴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난 노력 같은 거 한 적 없어. 아이돌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야. 다른 누군가와 착각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노력이라고! 알아? 수술이 성공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노력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다고!”

크게 쏘아붙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너무 큰 소리로 화를 내 버렸다.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고 해도 그는 어제 처음 본 사람이다. 다소 심했다고 생각하며 사과의 말을 생각하는데 그가 목을 긁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돌, 하시겠습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말에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깜짝 놀라서 튕기듯 고개를 들었고, 다시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는 내게 한없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할 준비가 되었냐고.

노력.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단어였는데, 지금은 미묘한 심정이다. 내가 노력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없어진 셈이니까. 그 사람은 살고자 노력했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 준 나를 위해, 내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 나를 맞이하러 왔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의 마음가짐이다. 몇 년 간 노력을 부정하던 내가 노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노력을 할 수 있겠는가. 노력해서……. 아이돌이 될 마음이 있는가.

나는…….”

. 그 사람. . 노력. 연습. . 희망. 아이돌. 무대. .

……하고 싶어. 아이돌.”

수 년 간 하지 못했던 그 말을, 마침내 꺼냈다.

그곳에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겁니다.”

나의 프로듀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やかな色 纏波紋

선명한 색을 휘감은 파문은

風受けて った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어

 

우리는 같이 입을 열었고, 동시에 숨을 내뱉었다. 입을 떠난 소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선율과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되었고 관객들의 곁으로 가서 내려앉았다.

동시에 우리는 몸을 움직여 정해진 동작을 취했다. 우리의 몸짓은 허공에 흐르는 음악을 두르며 춤이 되어 관객들의 망막에 새겨졌다.

처음 네 마디가 끝나고 반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천천히 안무를 하면서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던 그들은 곧 소리를 지르며 호응을 해 주었다. 처음 듣는 노래, 처음 보는 춤, 처음 보는 아이돌이지만 그들은 파란색 콘서트 라이트를 흔들며 환호하였다.

빛나는 조명, 솟아오른 무대, 열광하는 사람들. 텔레비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존재들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긴장감과 열등감이 하찮게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온갖 감정이 섞인 채로 춤을 추다보니 어느새 내 솔로 파트를 부를 차례가 되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일말의 가감도 없이 그대로 내 목에 담아 노래를 불렀다.








※ 부스를 같이 내는 퓨엔테님의 인포는 차후에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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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016년 1월 17일 방년소녀탄막제 첫 출전

「푸른 향기는 세 번 퍼진다」곽청아 x 미야코 요시카 팬픽 개인지

A5 54p 인쇄본 흑백 일러스트 2p 포함 / 표지 컬러 무광 / 5000원

글 사현 / 표지 일러스트 퓨엔테 / 내지 일러스트 LimeBlock






샘플

이윽고 그 분이 제게로 다가오셨습니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좋은 향이 제 코를 간질였습니다. 희미하게 눈을 뜨자 그 분의 모습이 좀 더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비단같이 고운 머릿결은 비에 젖어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고 백옥을 보는듯한 새하얀 피부는 허름한 집에서도 빛이 났으며 초저녁의 하늘을 담은 푸르스름한 눈동자는 총기로 반짝였습니다. 월궁에서 지낸다는 항아도 그 분을 본다면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달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리겠지요.

그 분의 손이 제 이마를 살며시 어루만졌습니다. 빗속을 뚫고 온지라 그 손은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저는 몸을 뒤척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가 얌전하군요.”

◇          ◇          

그녀를 보는 순간, 내 호흡이 멈췄다. 아니, 심장이 멈추었다. 그 얼굴을, 모습을 눈에 담은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몸의 모든 기능이 정지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다. 짧은 흑발에 간결한 복장을 입은 그녀의 눈은 마치 초저녁의 하늘과도 같은 푸른색이었다.

괜찮으신지요.”

그녀의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내 귀에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로 들렸다. 그녀의 헝크러진 머리가 내 눈에는 비단결 같이 고운 긴 머리로 보였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평범한 몸내음이 내 코에는 극상의 향기로 느껴졌다. 그리고 눈동자, 눈동자는 내 눈에도, 현실에도 변함없이 청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아.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영혼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담아 경의를 표하는 것, 그 이외에는 없다.






[구간] 「Blurred Lilies」 6인 만화+팬픽 합동지 / A5 113p / 표지 컬러 무광 / 5000원

만화 하늘비 & 5P / 팬픽 잉쥐 & 영련유접 & 카츠라 & 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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