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업인 미시로 프로덕션의 한 건물. 두 소녀가 작은 휴게실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다소 가라앉은 공기로 보아 두 사람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이윽고 작은 소녀가 큰 소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니까 카나데 씨가 방해된다는 거예요!”


허리까지 오는 짙은 갈색 머리를 푸른색 리본으로 묶은 소녀는 언뜻 보면 성숙해 보였지만, 아직 앳된 얼굴이 그녀의 미성숙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 미소녀라 부를 수 있을 만했고, 성장하면 더욱 미인이 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딴청을 부리는 큰 소녀는 짧은 남색 머리에 하늘색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교복이 어색할 정도로 성숙함이 흘러넘쳤다. 사복을 입고 거리에 나간다면 그 누구도 그녀가 성인임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였다.


매번 그렇게 방해하실 거예요?”


작은 소녀, 타치바나 아리스는 큰 소녀, 하야미 카나데에게 소리쳤다. 항상 어린아이 취급을 받기 싫어하는 그녀였지만, 지금의 모습은 영락없이 떼쓰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카나데는 그런 아리스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는 귀여운 아이였다.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야. 아리스.”

후미카 씨랑 같이 있을 때마다 방해하는 게 카나데 씨가 하고 싶은 일인가요? 그리고 타치바나 입니다!”


아리스가 화를 내는(혹은 떼를 쓰는) 경우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일은 주로 후미카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 점을 카나데는 잘 알고 있었기에 매번 방해를 했던 것이다.


방해한다니 말이 좀 심한걸. 나도 후미카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반쯤은 네가 당황하거나 화내는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은 거지만. 카나데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미시로 프로덕션에는 수많은 동료 아이돌이 있지만, 아리스만큼 놀리는 재미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한 명 꼽자면 미카일까. 카나데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훔쳤다.


둘이서 함께 할 시간도 많잖아요! 지난주엔 쇼핑도 같이 갔다면서요!”

쇼핑? , 물론이지. 후미카랑 같이 옷을 사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어. 너도 아시다시피 그 아이는 아름답지만 잘 꾸미고 다니지 않으니. 이것저것 옷을 입혀보는 건 정말 재밌었단다.”


카나데는 잠시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유닛 활동을 하던 도중 후미카의 부탁으로 인해 쇼핑을 갔던 때를. 후미카가 먼저 말을 꺼냈으나 나중엔 자기가 더 신이 나서 후미카에게 이것저것 입혀보았다.


, 너는 이 느낌을 모르겠구나?”

우으…….”


카나데는 능숙하게 말을 돌리며 아리스를 놀려댔다. 미시로 프로덕션 아이돌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마이페이스와 말솜씨를 가진 카나데다. 통제불능의 유닛이라 불리는 LiPPS를 그나마 제어할 수 있는 리더인 그녀다. 또래에 비해 성숙하다고 하나 아직은 어린아이인 아리스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리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찾다가 항상 들고다니던 태블릿PC가 떠올랐으나 연습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혀를 찼다. 그래도 기세는 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계속 카나데를 노려보았다. 그때 휴게실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리스 쨩과 카나데 씨는……. 먼저 간 모양이네요.”


순간 두 사람 모두 흠칫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듣는 사람은 편안하게 해 주는 작은 목소리는, 틀림없이 후미카의 목소리였다. 둘이서 이야기를 하러 간 걸 먼저 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나데가 휴게실 밖으로 나가 그녀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군요 후미카 쨩! 그러면 같이 운동이라도 하지 않을래요?”

운동은 좀, 힘들겠지만……. 같이 걷는 정도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좋네요! 그럼 걸어볼까요!”


열혈소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져갔다. 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로 시선을 돌려 눈빛을 교환했다. 항상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뜻이 일치했다.


우선 저 불청객부터.”

처리하죠.”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카나데와 아리스는 비장한 각오로 휴게실을 나갔다.

 





제목이 좀 그런데 저 제목 말고 떠오르는 게 없어서.......

카나아리후미는 엽편으로 짤막하게 쓰는 게 즐거워요.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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