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카. 선물이야.”

뜬금없이 마도카의 앞에 나타난 호무라가 잘 포장된 상자를 하나 내려놓았다. 점심시간이라 상당히 혼잡했지만, 대두분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 주인공이 된 마도카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상자를 집었다.

……. 고마워. 호무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포장을 풀자 보기만 해도 달콤함이 흘러나오는 새까만 초콜릿이 있었다. 마도카의 얼굴이 꽤 밝아졌다. 호무라는 감정이 없는 표정을 유지한 채로 말했다.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잖아. 그래서 준비해 봤어.”

그러고 보니 오늘은 214, 발렌타인 데이였다. 아침부터 일부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초콜릿을 준다고 수선을 떨었다. 아직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마도카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 우정 초콜릿이라는 거구나? 정말 고마워. 호무라. 직접 만든 거야?”

물론.”

포장 상태와 초콜릿의 모양을 보아하니 틀림없는 수제였다. 이런 건 본인 앞에서 하나 정도는 먹어줘야 예의라고 생각한 마도카는 안에 남은 포장을 마저 뜯고 초콜릿을 하나 집어 들었다. 초콜릿은 마치 보석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럼.”

한 입 베어 먹자 진한 초콜릿의 향이 배어 나왔다. 동시에 안쪽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초콜릿과는 또 다른 달콤함이 마도카의 혀를 자극했다. 반쯤 베어 문 초콜릿을 보자 안쪽에 분홍색을 띠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백년초를 조금 넣어봤어.”

백년초?”

다소 생소한 식물 이름이었다. 마도카뿐만 아니라 이 나이대의 학생이라면 쉽게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리라. 어리둥절한 마도카에게 호무라가 친절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표정은 여전히 없었다.

민간약으로 쓰는 약초야. 여러 가지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고 몸에도 좋지. 물론 이렇게 만들면 맛도 괜찮고.”

그렇구나.”

마도카는 다시 한 번 초콜릿을 보았다. 보석 형태를 띤 검은 초콜릿. 안에는 분홍색의 달콤함. 순간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일까. 좀 더 전에, 내가 지금의 내가 되기 직전에 어디선가…….

마도카.”

호무라의 손이 마도카의 손을 잡았다. 내밀어 진 그녀의 손등에는 기묘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 안에 소중한 것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듯이, 호무라는 손등의 무늬를 항상 애지중지했다.

맛있지?”

처음으로 호무라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살포시 미소를 지은 것이다. 그러나 그 미소는 환하게 웃는 미소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비웃는 조소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둘 다인지도 모른다.

, 으응.”

마도카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만족한 듯 나머지 한 손을 뻗어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집었다. 그러더니 한입에 초콜릿을 털어 넣었다. 입안에서 극상의 달콤함을 맛보며 그녀는 잠시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입안에 들어 있는 게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마도카. 백년초의 꽃말이 뭔지 아니?”

……. 그게, 잘 모르겠는데.”

뜬금없는 질문에 마도카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호무라는 살짝 고개를 숙여 자신의 입을 마도카의 귀에 갖다 댔다. 이유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떨고 있는 마도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불타는 마음이야. 마도카.”

다시 고개를 들은 호무라는 마도카에게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마도카는 마치 돌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2015. 03. 16. 


늦은 발렌타인 데이 호무마도.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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