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코.”


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왔구나. 그대로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야쿠모 유카리의 따뜻한 미소가 있었다. 나도 이에 화답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돌려주었다. 곧 요우키가 차를 내어 왔고, 우리들은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차가 떨어졌다. 요우키에게 새 차를 내오라고 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잠시 끊긴 틈을 타 유카리에게 물었다.


, 유카리. 사랑이란 뭘까?”


유카리가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서일까. 아니면 허를 찔렸기 때문일까. 하지만 곧 화사한 표정으로 바꾸고는 답했다.


내가 유유코에게 해 주는 것. 그게 사랑이야.”


거짓말쟁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삼키느라 표정이 뒤틀렸다. 허나 유카리는 감동을 받아 그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졌다. 볼에 닿은 손은 분명 따뜻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차가움 또한, 같이 느껴졌다.


유유코.”


다시 한 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다. 그녀가 부르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윽한 금빛 눈동자는 나를 담고 있었지만, 그 끝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닌, 인간 사이교우지 유유코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차가운 망령이 아닌, 따뜻한 육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알싸한 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두 손에 가득 품고 싶은 좋은 향이건만, 나를 위한 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자 역겹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았다. 그녀의 입술은 내 입술을 벌렸고 그 사이로 혀가 기어 들어왔다. 이 요괴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태연하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걸까. 입 속에 뱀이 기어다니는 듯한 혐오감이 자극하는 바람에 나는 그 혀를 물어 뜯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자 온 힘을 다했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이 떨어졌다. 살짝 붉어진 입술 사이에서 거짓이 새어 나왔다.


사랑해.”


아아, 유카리. 너는 어찌도 그리 태연하니. 내게 거짓을 고하면서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 구나.

아아, 잔인한 요괴 같으니. 내게 감당하기 힘든 속박을 주는구나. 단어 하나로 나의 영혼을 사로잡고, 말 한 마디로 나의 영혼을 죽이는 구나.

허나 네가 내게 거짓을 읊는다 해도, 나는 내게 진실만을 말할 거야. 네가 나에게 진실된 언어를 들려줄 때까지. 언제까지고, 계속.


……나도 사랑해. 유카리.”







짧네요. 뭐 원래 엽편 쓰려고 한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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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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