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계절이 왔다. 시빌 워 다음으로 개봉하는 영화이자, 페이즈3에서 처음 나오는 새 히어로 영화다. 내년과 내후년에 개봉예정인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는 이미 시빌 워에 등장한 바 있으니, 앤트맨 이후로 처음 나오는 새 히어로인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새 히어로가 없기도 하고.
사실 히어로 영화에서 1편이란 다소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영웅이 힘을 얻고 자신이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템포가 늘어지기 쉽다. 캡틴 아메리카 1편이 그랬고, 마블 영화는 아니지만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중 첫번째인 배트맨 비긴즈가 그랬다. 둘 다 나쁘진 않은 영화지만 1편이 3부작 중 가장 저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마블을 항상 차별화를 두려고 시도를 한다. 아이언맨1에서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차별을 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앤트맨은 유쾌한 진행으로 지루함을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꺼내 든 카드는 바로 마법이다. 사실 MCU에서 마법이란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다. MCU는 모든 요소를 최대한 현대 사회에 맞추어 현실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든 과학의 틀 안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MCU 영화에서는 토르와 아스가르드 인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과학에 집어넣었다.(드라마까지 포함한다면 데어데블 시즌2의 닌자 집단 '핸드'가 있긴 한데, 일단은 영화만 보자.)
그러나 이번 작품은 아예 마법을 전면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부터 사이드 킥, 빌런까지 중요인물은 크리스틴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법사이다. 그런만큼 마법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특히 공간을 활용하는 마법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마다 압도적인 CG의 화려함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솔직히 스토리가 뱃대숲이나 수스쿼급 개판이었어도 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CG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만큼 아름답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필요가 없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매즈 미켈슨 모두 연기력이 검증된 유명 배우들이다. 배우들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스토리가 그렇게 망한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는 기존 히어로 오리진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기존의 클리셰를 깨뜨린 부분도 있다. 여기서는 이렇게 되겠지 싶은 곳에서 의외의 전개가 나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마지막 부분인데, 케실리우스 일당과 화려한 전투를 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도르마무와 직접 거래를 하여 지구를 지켜낸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빌런이다. 케실리우스는 나쁘지 않은 빌런이었으나, 동기가 다소 부족했다. 적어도 영화에서 보기엔 그렇다. 영화와 연관된 코믹스에서는 케실리우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며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동기가 밝혀진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믹스까지 챙겨보지 않는다. 그 부분은 영화에서 보여줬어야 했다. 잠깐이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보여줬다면 빌런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케실리우스의 제자들도 조금 아쉽다. 단순히 소모되는 부하A, B가 아니라 캐릭터성을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이 부분까지 넣으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지지 않나 싶긴 하다.
클리셰를 뒤집은 전개와 화려한 마법의 향연이 어우러진 좋은 영화였다. 역시 믿고 보는 마블이다. 수스쿼로 피폐해진 내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다음 마블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를 기대해본다.
p.s. 트위터에서 언뜻 보기엔 쿠키 영상 두 개 중 하나는 어벤져스3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정보였다. 토르3였다. 첫번째 쿠기에서 갑자기 토르가 착 하고 등장해서 깜짝 놀랬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내가 도와주지'라고 외쳤을 때, 토르3:라그나로그에 대한 기대감이 2배는 더 상승했다. 생각해보면 닥터 스트레인지도 어벤져스3에 나올테고, 그렇다면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토르3에 나오게 되면 자연스레 헐크, 토르와 함께 합류할 수 있다. 아주 좋은 선택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