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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으로 악당을 제압한다! 라는 컨셉으로 만든 특공대가 주인공이다. 아시다시피 원작은 마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DC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만화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들이었기에, 많은 DC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할리 퀸, 데드샷, 캡틴 부메랑, 엘 디아블로, 킬러 크록, 카타나, 슬립낫. 여기에 조커, 인챈트리스, 릭 플래그, 아만다 월러 등이 조역 및 빌런으로 출현하며, 배트맨도 회상씬 및 쿠키영상에서 나오고 플래시도 까메오로 잠시 등장한다. 마치 배트맨v슈퍼맨을 보는 듯한 화려한 라인업이다. 그리고 결국 이 영화도 배트맨v슈퍼맨처럼 되었다.
악당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관객들은 무얼 기대할까? 법과 도덕에 묶여 있는 일반적인 영웅처럼 사람을 구하고 빌런을 물리쳐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설치며 자신만의 정의를 보여주는 장면을 기대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싸우면서 스리슬쩍 건물도 좀 부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훔치기도 하고. 하여간 세상을 구하긴 하는데 나쁜짓을 하면서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악당들은 기대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착하다. 악당인데! 너무 착하다고! 초반에 캡틴 부메랑이 슬립낫을 낚아서 진짜 폭탄이 심어졌는지 시험해 보는 장면을 볼 때만 해도 나는 이 영화가 이렇게 망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 평점이란 건 개인차가 있는 법이지~ 라고 생각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역시 집단지성에 의한 평점이란 위대하다.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 영화는 아만다 월러가 악당들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방식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던데(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예로 들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오갤의 방법도 좋았다면, 이런 방식도 괜찮다고 본다. 다만 한 명 한 명 내용이 너무 길었다. 데드샷을 설명할 때 그의 실력을 설명한 뒤 어떻게 잡혔냐고 물어보자 고담의 흑기사에게 익명의 제보를 했다고 대답한다. 그거면 됐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의 대부분은 고담의 흑기사가 누군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제보를 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 지도 안다. 물론 모르는 소수의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을 위해 배트맨이 데드샷을 후려패는 짤막한 컷만 삽입해도 된다. 딸바보라는 점도 좀 더 간략하게 하고.
다음은 할리 퀸인데 할리 퀸 파트는 크게 흠잡을 건 없다고 본다. 데드샷의 실력을 알려주는 회상과 더불어 가장 잘 나온 회상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게 망한 영화라고? 라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었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을 중점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짤막하게 다루는데, 좀 더 짧게 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사실 소개부분은 그렇게 크게 비판할 부분은 아니다. 좀 아쉬웠다 정도지.
특히 초반부에서 소름돋았던 부분은 인챈트리스로 처음 변신하던 부분인데, 인간의 손 밑에서 검은 손이 깍지를 낀 뒤 팔을 뒤집자 인챈트리스로 변하는 연출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론 또다시 이게 망했다고? 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기도 했다.
또한 자레드 레토의 조커연기 역시 훌륭했다.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을 가진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조커의 혼돈과 광기를 표현하며 할리 퀸젤 박사를 할리 퀸으로 만든다. 할리 퀸이 잡히는 장면에서 배트맨을 보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도망만 가는 게 조금 아쉬웠으나(뭔가 격렬한 반응을 할 줄 알았다) 그 외에는 더없이 훌륭했다. 초반부에는 말이다.
그렇게 슬링샷이 죽는 부분을 넘겨 첫 액션씬이 나온다. 이 부분부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데드샷 무쌍은 좋았으나, 나머지 캐릭터들의 액션이 뭔가 부실했다. 적어도 배트맨v슈퍼맨은 액션씬 자체는 화려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진행이 되다가 아만다 월러의 냉정함이 나오고, 조커가 추락하고, 헬기가 추락하고, 그리고 드디어 데드샷이 기밀문서를 발견한 뒤 집어던지고 술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영화도 같이 집어던진다.
자칭 악당이라는 놈들이 술집에서 단체로 술을 마시더니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절친이 되어 서로를 위해 싸운다. 스리슬쩍 빠진 캡틴 부메랑은 별다른 이유 없이 다시 합류를 하며, 최종결전을 앞두고 카타나는 뜬금없이 감성팔이를 한다. 그리고 미국 전체를 혼자서 씹어먹을듯한 힘을 보여주던 인큐버스는 폭탄 한 방에 사망하며, 오빠보단 약하지만 초능력으로 도시 하나는 거뜬히 날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인챈트리스는 갑자기 근접전을 시도하다가 할리 퀸에게 허무하게 죽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원 중에 선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가족들의 죽음으로 갱생한 엘 디아블로 하나 뿐이며, 딸이 있는 데드샷은 선역과 악역의 경계선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캐릭터들, 할리 퀸과 캡틴 부메랑과 킬러 크록은 명백한 악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너무 착하게 나온다. 그리고 술 한 잔 같이 했다고 순식간에 가족이 된다. 이 두 가지가 영화를 말아먹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단점들은 이 두 가지 요인에서 작용한다. 할리를 쏘라는 아만다의 말을 무시한 데드 샷이라던지, 할리 퀸이 마지막에 인챈트리스를 죽이는 장면이라던지, 엘 디아블로가 가족드립을 치며 고군분투 한다던지. 수많은 어이없는 장면들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추락했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거라면 캡틴 부메랑이 돈다발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정도라고 생각한다. 초반에 캡틴 부메랑이 포니를 아주 좋아하고, 또 싸우러 가기 직전에 포니를 품 속에 넣길래 저것때문에 목숨을 건지겠구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돈다발 때문에 산다. 만약 그게 포니였다면 나중에 돌아오는 이유도 포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라는 그럴싸하고 정신나간 이유로 포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엘 디아블로의 변신도 좀 뜬금없긴 했는데, 그래도 아예 암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자기의 힘의 한계를 모른다던지, 악마의 힘이라던지. 인큐버스도 초자연적인 힘이라 했었고. 다만 너무 알아보기 힘들었고, 또 적었다. 좀 더 복선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엘 디아블로의 능력은 아주 강력했고, 악마의 형태는 정말 멋졌다.
사랑꾼 조커의 경우, 사실 이 영화가 성공했다면 오히려 새롭고 신선한 조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원작이 있다 해도 영화와 원작은 엄연히 다른 세계다. 사랑에 집착하는 조커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흥행시킬 수 있었겠지 않는가? 그러나 영화가 망하면서 사랑꾼 조커도 망해버렸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커 역의 자레드 레토가 조커 촬영씬이 많이 편집되었다는 말도 있고, 예고편에서는 분명히 조커가 할리 퀸을 때리는 장면이 있던 걸로 보아 원래 설정은 사랑꾼이 아니라 원작처럼 필요할 땐 써먹고 버릴 땐 버리는 조커-할리 퀸의 관계였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조커라는 캐릭터는 크게 바뀐 게 아니라, 그저 편집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겠다.
하여간 비주얼은 좋은데 잘못 잡은 캐릭터성과 막나가는 스토리로 인해 또다시 말아먹은 영화였다. 뱃대숲이나 수스쿼나 일단 히어로 영화니까 무조건 보자고 봤지만, 이제부터 DC 영화는 평가를 보고 평가가 좋지 않으면 보지 않을 예정이다. 저스티스 리그나 배트맨 단독 영화는 평이 안 좋아도 보겠지만... 일단 다음 영화인 원더우먼의 평가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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