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계절이 왔다. 시빌 워 다음으로 개봉하는 영화이자, 페이즈3에서 처음 나오는 새 히어로 영화다. 내년과 내후년에 개봉예정인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는 이미 시빌 워에 등장한 바 있으니, 앤트맨 이후로 처음 나오는 새 히어로인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새 히어로가 없기도 하고.
사실 히어로 영화에서 1편이란 다소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영웅이 힘을 얻고 자신이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템포가 늘어지기 쉽다. 캡틴 아메리카 1편이 그랬고, 마블 영화는 아니지만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중 첫번째인 배트맨 비긴즈가 그랬다. 둘 다 나쁘진 않은 영화지만 1편이 3부작 중 가장 저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마블을 항상 차별화를 두려고 시도를 한다. 아이언맨1에서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차별을 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앤트맨은 유쾌한 진행으로 지루함을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꺼내 든 카드는 바로 마법이다. 사실 MCU에서 마법이란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다. MCU는 모든 요소를 최대한 현대 사회에 맞추어 현실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든 과학의 틀 안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MCU 영화에서는 토르와 아스가르드 인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과학에 집어넣었다.(드라마까지 포함한다면 데어데블 시즌2의 닌자 집단 '핸드'가 있긴 한데, 일단은 영화만 보자.)
그러나 이번 작품은 아예 마법을 전면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부터 사이드 킥, 빌런까지 중요인물은 크리스틴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법사이다. 그런만큼 마법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특히 공간을 활용하는 마법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마다 압도적인 CG의 화려함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솔직히 스토리가 뱃대숲이나 수스쿼급 개판이었어도 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CG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만큼 아름답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필요가 없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매즈 미켈슨 모두 연기력이 검증된 유명 배우들이다. 배우들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스토리가 그렇게 망한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는 기존 히어로 오리진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기존의 클리셰를 깨뜨린 부분도 있다. 여기서는 이렇게 되겠지 싶은 곳에서 의외의 전개가 나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마지막 부분인데, 케실리우스 일당과 화려한 전투를 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도르마무와 직접 거래를 하여 지구를 지켜낸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빌런이다. 케실리우스는 나쁘지 않은 빌런이었으나, 동기가 다소 부족했다. 적어도 영화에서 보기엔 그렇다. 영화와 연관된 코믹스에서는 케실리우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며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동기가 밝혀진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믹스까지 챙겨보지 않는다. 그 부분은 영화에서 보여줬어야 했다. 잠깐이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보여줬다면 빌런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케실리우스의 제자들도 조금 아쉽다. 단순히 소모되는 부하A, B가 아니라 캐릭터성을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이 부분까지 넣으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지지 않나 싶긴 하다.
클리셰를 뒤집은 전개와 화려한 마법의 향연이 어우러진 좋은 영화였다. 역시 믿고 보는 마블이다. 수스쿼로 피폐해진 내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다음 마블 영화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를 기대해본다.
p.s. 트위터에서 언뜻 보기엔 쿠키 영상 두 개 중 하나는 어벤져스3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정보였다. 토르3였다. 첫번째 쿠기에서 갑자기 토르가 착 하고 등장해서 깜짝 놀랬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내가 도와주지'라고 외쳤을 때, 토르3:라그나로그에 대한 기대감이 2배는 더 상승했다. 생각해보면 닥터 스트레인지도 어벤져스3에 나올테고, 그렇다면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토르3에 나오게 되면 자연스레 헐크, 토르와 함께 합류할 수 있다. 아주 좋은 선택인 거 같다.
이 작품은 4년전에 방영한 TVA 걸즈 & 판처의 후속작이다. 사실 나는 극장판이 나오기 전까진 이 작품을 몰랐다. 그래서 주변의 호평을 듣고 먼저 TVA를 보고 가자는 생각이 들어 빠르게 12편을 몰아서 보았다. 요약하자면 전차전을 스포츠로 만든, 전개가 빠른 왕도적인 스포츠물이다. 주어진 시간은 12화 밖에 안되는데 연습전을 포함하여 (생략된 안치오전을 제외하고)4번의 전투가 있고, 주인공이 속한 오아라이 학원의 인물만 해도 30명이 넘어간다. 그렇기에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방법을 속했다. 개인의 이야기는 최대한 적게,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은 간단한 캐릭터성만 부각을, 그리고 메인인 전차전을 화려하게. 이러한 연출은 잘 먹혀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극장판도 별 다를 게 없다. 다만 TVA보다 시간이 넉넉하기에 일상파트도 적당히 잡아준다. 그래도 어쨌든 메인은 미소녀와 전차다. 이 애니메이션은 정말 전차전을 하는 미소녀를 보고 싶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기에, 그쪽에 전력을 투자한다. 그리고 극장판에서도 충분히 먹혀들었다.
또다시 학교 폐교를 우려먹은 점은 다소 아쉽긴 했다. 하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미소녀들이 전차전을 하는 게 중요한 거다. 스토리는 이야기를 진행시킬 정도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TVA에 이어 상당히 왕도적인 스포츠물 전개가 나온다. 고교대회에서 우승한 주인공 팀이 세계대회를 나가거나 대학생 팀 혹은 프로 팀과 대결을 하게 되어 지금까지 적으로 나왔던 타 학교 학생들과 한 팀이 된다는 건 상당히 흔한 전개다. 물론 왕도가 괜히 왕도인 게 아니다. 식상하지만 그만큼 잘 먹히는 전개라는 뜻이다. 고작 8대를 가지고 30대의 전차를, 그것도 대학생 정예팀을 섬멸전으로 격파해야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금까지 싸웠던 다른 학교 학생들이 각자의 전차를 끌고 와주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그 직전에 다른 학교 팀들이 야간에 어디론가 이동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어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게 한 부분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뭐, 크게 상관은 없다. 그 다음부터 화려한 전차전이 눈을 즐겁게 해 주니까.
영상 자체도 화려하지만, 이 영화는 4DX로 봤을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전차가 움직일 때마다 발생되는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포를 쏠 때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진짜 전차에 탄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했지만, 이 영화보다 더 4DX를 제대로 활용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4DX와의 궁합이 최고다.
오로지 전차와 미소녀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극장판이었다. 늦게나마 좋은 작품은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나올 최종장도 기대해본다.
또한 원서의 정발명은 상처 이야기이나 영화 정식 개봉명이 키즈모노가타리이니 영화를 말할때는 키즈모노가타리로 표기한다.
사실 키즈모노가타리는 일종의 베이퍼웨어였다. 괴물 이야기 애니메이션이 히트를 친 이후, 다음 작품인 상처 이야기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한 뒤 그 다음작인 가짜 이야기를 먼저 방영하였다. 좋은 선택이었다(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이야기 시리즈는 시리즈의 특성상 화려한 액션보다는 대화와 서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걸 괴물 이야기 TVA에서 굉장히 잘 표현을 해 주었고, 화려하진 않아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상처 이야기는 시리즈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이다. 우선 시간대가 작품에서 가장 앞인데 책 발매 순으로는 두번째라 첫번째인 괴물 이야기에서 대략적인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다. 즉, 상처 이야기를 보지 않아도 뒤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런데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액션씬이 상당히 많고 강조된다. 즉, 액션씬을 잘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산이 적고 제작시간이 짧은 TVA로는 표현을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극장판으로 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환호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 발표 이후 몇 년간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무려 4년간 무소식이었고, 그 사이 시리즈 TVA는 계속 나와 끝 이야기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카운트 다운과 함께 극장판의 소식이 나왔고, 동시에 영화를 3부작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같이 나온 PV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3부작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상처 이야기는 고작 책 한 권 분량이다. 물론 니시오 이신의 특성상 책 한 권이 대략 500페이지에 육박하지만 그래도 3부작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길어봤자 2부작이 좋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이었다. 애니메이션만의 오리지널 이야기를 만드려고 해도,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끼워넣기가 힘든게 상처 이야기였다.
그리고 첫 편인 철혈편의 상세 내용이 나왔고, 상영시간이 64분이라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다. 아무리 봐도 원래 한 편으로 낼 수 있는 영화를 샤프트 특유의 의미없는 연출로 늘리고 늘려 3부작으로 만드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돈독이 오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정식개봉을 하였고, 보러갔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작화는 정말 나무랄 데 하나 없는 수준이다. 샤프트가 돈과 시간을 들이면 어떤 작화가 나오는 지는 이미 마마마 신극장판으로 보여준 바가 있다. 기존 TVA에서 좁게 나왔던 폐학원 건물조차 웅장하게 나오며 위용을 뽐냈다. 팔다리가 뜯긴 채로 나온 성인 모습의 키스샷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특히 아라라기가 도움에 거절하자 눈물과 피를 뿌리며 바둥거리는 모습은 처절했으며 동시에 아름다웠다. 키스샷의 팔다리를 가져간 세 사냥꾼이 아라라기를 추적하는 모습은 역동감이 넘쳤으며 그걸 막아내는 오시노 역시 화려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샤프트 특유의 의미없는 연출과 카메라 워크는 흘러 넘쳤으며 왜 저기서 시간을 많이 썼는지 모를 장면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3부작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시간을 늘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게다가 TVA에서는 그런 연출이나 장면에서 아라라기의 독백으로 띄우며 지루함을 없애려고 노력을 했는데 키즈모노가타리는 그런 것도 없었다. 독백을 거의 다 없애버려서 천천히,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화면만 보며 지루함을 받게 된 것이다. 심지어 독백 속에 중요한 복선이 몇 개 있는데, 이것조차 모조리 지워버려 작품의 질을 더욱 떨어뜨렸다.
특히 제일 기대한 건 그간 TVA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액션이었는데, 철혈편은 오시노 메메가 코요미와 키스샷에게 협상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데에서 끝난다. 즉, 제대로 된 전투씬이 하나도 없다! 세 사냥꾼이 아라라기를 추적하고 그걸 오시노가 막아주는 장면이 전부다. 관객들의 기대를 그대로 배신한 셈이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굉장히 실망스러운 영화가 나오고야 말았다. 열혈편과 냉혈편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 두 편도 철혈편과 상영시간이 비슷하고 시간 때우기식 연출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60분짜리 세 작품에서 의미 없는 연출을 빼면 대략 긴 영화 한 편의 시간이 나온다. 결국, 한 편으로 개봉해도 충분했을 작품을 수익을 위해 억지로 나눈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길어도 두 편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아직 두 편의 후속작이 남았으니 키즈모노가타리 자체를 판단하긴 성급하지만, 가장 먼저 나온 철혈편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본다. 만약 열혈편도 이런 식이라면, 마지막인 냉혈편은 보러 가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열혈편도 세간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보러가지 않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니시오 이신의 열렬한 팬이고, 이야기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TVA보다도 실망스러운 극장판이었다.
악당으로 악당을 제압한다! 라는 컨셉으로 만든 특공대가 주인공이다. 아시다시피 원작은 마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DC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만화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들이었기에, 많은 DC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할리 퀸, 데드샷, 캡틴 부메랑, 엘 디아블로, 킬러 크록, 카타나, 슬립낫. 여기에 조커, 인챈트리스, 릭 플래그, 아만다 월러 등이 조역 및 빌런으로 출현하며, 배트맨도 회상씬 및 쿠키영상에서 나오고 플래시도 까메오로 잠시 등장한다. 마치 배트맨v슈퍼맨을 보는 듯한 화려한 라인업이다. 그리고 결국 이 영화도 배트맨v슈퍼맨처럼 되었다.
악당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관객들은 무얼 기대할까? 법과 도덕에 묶여 있는 일반적인 영웅처럼 사람을 구하고 빌런을 물리쳐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설치며 자신만의 정의를 보여주는 장면을 기대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싸우면서 스리슬쩍 건물도 좀 부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훔치기도 하고. 하여간 세상을 구하긴 하는데 나쁜짓을 하면서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악당들은 기대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착하다. 악당인데! 너무 착하다고! 초반에 캡틴 부메랑이 슬립낫을 낚아서 진짜 폭탄이 심어졌는지 시험해 보는 장면을 볼 때만 해도 나는 이 영화가 이렇게 망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 평점이란 건 개인차가 있는 법이지~ 라고 생각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역시 집단지성에 의한 평점이란 위대하다.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이 영화는 아만다 월러가 악당들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방식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던데(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예로 들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오갤의 방법도 좋았다면, 이런 방식도 괜찮다고 본다. 다만 한 명 한 명 내용이 너무 길었다. 데드샷을 설명할 때 그의 실력을 설명한 뒤 어떻게 잡혔냐고 물어보자 고담의 흑기사에게 익명의 제보를 했다고 대답한다. 그거면 됐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의 대부분은 고담의 흑기사가 누군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제보를 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 지도 안다. 물론 모르는 소수의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을 위해 배트맨이 데드샷을 후려패는 짤막한 컷만 삽입해도 된다. 딸바보라는 점도 좀 더 간략하게 하고.
다음은 할리 퀸인데 할리 퀸 파트는 크게 흠잡을 건 없다고 본다. 데드샷의 실력을 알려주는 회상과 더불어 가장 잘 나온 회상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게 망한 영화라고? 라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었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을 중점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짤막하게 다루는데, 좀 더 짧게 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사실 소개부분은 그렇게 크게 비판할 부분은 아니다. 좀 아쉬웠다 정도지.
특히 초반부에서 소름돋았던 부분은 인챈트리스로 처음 변신하던 부분인데, 인간의 손 밑에서 검은 손이 깍지를 낀 뒤 팔을 뒤집자 인챈트리스로 변하는 연출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론 또다시 이게 망했다고? 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기도 했다.
또한 자레드 레토의 조커연기 역시 훌륭했다.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을 가진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조커의 혼돈과 광기를 표현하며 할리 퀸젤 박사를 할리 퀸으로 만든다. 할리 퀸이 잡히는 장면에서 배트맨을 보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도망만 가는 게 조금 아쉬웠으나(뭔가 격렬한 반응을 할 줄 알았다) 그 외에는 더없이 훌륭했다. 초반부에는 말이다.
그렇게 슬링샷이 죽는 부분을 넘겨 첫 액션씬이 나온다. 이 부분부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데드샷 무쌍은 좋았으나, 나머지 캐릭터들의 액션이 뭔가 부실했다. 적어도 배트맨v슈퍼맨은 액션씬 자체는 화려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진행이 되다가 아만다 월러의 냉정함이 나오고, 조커가 추락하고, 헬기가 추락하고, 그리고 드디어 데드샷이 기밀문서를 발견한 뒤 집어던지고 술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영화도 같이 집어던진다.
자칭 악당이라는 놈들이 술집에서 단체로 술을 마시더니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절친이 되어 서로를 위해 싸운다. 스리슬쩍 빠진 캡틴 부메랑은 별다른 이유 없이 다시 합류를 하며, 최종결전을 앞두고 카타나는 뜬금없이 감성팔이를 한다. 그리고 미국 전체를 혼자서 씹어먹을듯한 힘을 보여주던 인큐버스는 폭탄 한 방에 사망하며, 오빠보단 약하지만 초능력으로 도시 하나는 거뜬히 날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인챈트리스는 갑자기 근접전을 시도하다가 할리 퀸에게 허무하게 죽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원 중에 선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가족들의 죽음으로 갱생한 엘 디아블로 하나 뿐이며, 딸이 있는 데드샷은 선역과 악역의 경계선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캐릭터들, 할리 퀸과 캡틴 부메랑과 킬러 크록은 명백한 악역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너무 착하게 나온다. 그리고 술 한 잔 같이 했다고 순식간에 가족이 된다. 이 두 가지가 영화를 말아먹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단점들은 이 두 가지 요인에서 작용한다. 할리를 쏘라는 아만다의 말을 무시한 데드 샷이라던지, 할리 퀸이 마지막에 인챈트리스를 죽이는 장면이라던지, 엘 디아블로가 가족드립을 치며 고군분투 한다던지. 수많은 어이없는 장면들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추락했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거라면 캡틴 부메랑이 돈다발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정도라고 생각한다. 초반에 캡틴 부메랑이 포니를 아주 좋아하고, 또 싸우러 가기 직전에 포니를 품 속에 넣길래 저것때문에 목숨을 건지겠구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돈다발 때문에 산다. 만약 그게 포니였다면 나중에 돌아오는 이유도 포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라는 그럴싸하고 정신나간 이유로 포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엘 디아블로의 변신도 좀 뜬금없긴 했는데, 그래도 아예 암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자기의 힘의 한계를 모른다던지, 악마의 힘이라던지. 인큐버스도 초자연적인 힘이라 했었고. 다만 너무 알아보기 힘들었고, 또 적었다. 좀 더 복선을 탄탄하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엘 디아블로의 능력은 아주 강력했고, 악마의 형태는 정말 멋졌다.
사랑꾼 조커의 경우, 사실 이 영화가 성공했다면 오히려 새롭고 신선한 조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원작이 있다 해도 영화와 원작은 엄연히 다른 세계다. 사랑에 집착하는 조커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흥행시킬 수 있었겠지 않는가? 그러나 영화가 망하면서 사랑꾼 조커도 망해버렸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커 역의 자레드 레토가 조커 촬영씬이 많이 편집되었다는 말도 있고, 예고편에서는 분명히 조커가 할리 퀸을 때리는 장면이 있던 걸로 보아 원래 설정은 사랑꾼이 아니라 원작처럼 필요할 땐 써먹고 버릴 땐 버리는 조커-할리 퀸의 관계였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조커라는 캐릭터는 크게 바뀐 게 아니라, 그저 편집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겠다.
하여간 비주얼은 좋은데 잘못 잡은 캐릭터성과 막나가는 스토리로 인해 또다시 말아먹은 영화였다. 뱃대숲이나 수스쿼나 일단 히어로 영화니까 무조건 보자고 봤지만, 이제부터 DC 영화는 평가를 보고 평가가 좋지 않으면 보지 않을 예정이다. 저스티스 리그나 배트맨 단독 영화는 평이 안 좋아도 보겠지만... 일단 다음 영화인 원더우먼의 평가를 봐야겠다.
편지의 형태로 소설을 쓴다. 소설 좀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혹은 직접 써봤을 기법이다. 그러나 시도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편지문으로 소설을 완성시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편지란 대체적으로 굴곡없이 담담하게 쓰여지는 게 보통이다. 즉, 소설에 필요한 기승전결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누구인가. (적어도 내가 읽어본 글 중에서는) 가장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모리미 토미히코다. 문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흘러 나오는 그런 작가다. 때문에 편지문이라 해도 그라면 다를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학생인 주인공 모리타 이치로가 연구를 위해 바닷가의 실험소로 가게 되나 그곳은 실험소 외엔 아무것도 없는 고독한 바닷가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과 연락을 할 겸 연애편지 대필 사업을 위한 준비를 할 겸 하여 편지를 쓰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편지라는 매체에 대한 특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현대사회는 통신기술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나도 통신이 제한되어있는 군대에서나 썼지, 그 이외엔 써본 기억이 없다. 전화, 문자메시지, 온라인 메신저, 스마트폰 메신저 등 훨씬 편리한 연락기재들이 많다. 하지만 예로 든 것들과 비교하여 편지가 가지는 장점이 하나가 있는데, 바로 온전한 내용을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문자나 메신저에서도 길게 입력할 수는 있지만, 상대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체의 특성상 중간중간에 상대가 얼마든지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편지는 혼자 쓰고 보내기 때문에 그럴 걱정이 없다.
작가는 이러한 편지의 장점을 살려 차분하게, 그리고 천천히 편지에 내용을 담았다.(특히 마지막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러한 기능을 십분 발휘하는데, 그 내용은 직접 보길 바란다) 그리고 편지는 한 번 보내면 며칠이 있어야 답장이 오는 매체이기에 자연스레 다음 편지를 보내는 대에 날짜가 소요되므로 그걸 이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때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에게 보내는 답변은 과감하게 생략을 시키고, 답변의 대략적인 내용을 주인공의 편지에 담아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하여 이야기를 좀 더 빠르게 전개시킨다. 덕분에 편지만 읽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내용 자체는 모리미 토미히코의 다른 소설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찌질하지만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주인공, 주인공처럼 찌질하지만 뭔가 잘 되는 친구, 기행을 벌이며 주인공을 괴롭히는 연상의 여인, 조숙한 소년 등. 그러나 그들과 함께 벌어지는 일을 편지에 담음으로써 다른 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약간 비슷한 면은 있지만 소설마다 다른 재미를 주는게 이 작가의 장점이다.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역시 모리미 토미히코 였다. 개인적으로 소설로 남을 웃기는 건 꽤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리미 토미히코는 언제나 멋지게 해낸다. 이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유쾌하며, 읽을 때마다 즐겁다. 편지문으로도 멋지게 한 편의 소설을 완성시킨 그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학교 친구가 재밌는 카드게임이라고 하며 유희왕 카드를 학교에 들고왔었다. 당시 한국에 처음 유희왕이발매된 때였고, 첫 스트럭쳐인 카이바와 유우기 스트럭쳐, 그리고 푸른 눈의 백룡의 전설과 강철의 습격 팩이 나온 상태였다.
아무튼 친구들과 스트럭쳐 하나씩 뜯어서 재밌게 했었고, 원작이 만화인 걸 알고 만화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후속작인 유희왕 GX 애니도 매주 챙겨보고 TCG도 매장까지 찾아가 하며 전국대회 지역예선 2등도 하고 하여간 재밌게 했는데 사실 이 영화와는 별로 관련 없는 이야기다. 그냥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다. 참고로 중3인가 고1때 TCG를 접었다. 그리고 TCG에 재미를 붙인 나는 판마에 손을 대었고, 그 이후로 하스스톤도 하게 되는데 이건 먼 미래의 이야기다. 물론 지금은 다 접었다. 나는 정규전이 싫다.
이 영화는 유희왕의 여러 후속작(GX, R 등등)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그리고 애니메이션 오리지널과도 연관이 없는 순수한 유희왕 원작 만화의 후속작이다. 사실 난 애니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애니만 본 사람이라면 약간 어리둥절할 부분이 좀 있다고 한다.
내게 다소 실망을 안겨줬던 첫 극장판 빛의 피라미드와 달리, 이 영화는 굉장히 좋았다. 이런 류의 극장판에서 겉돌기 마련인 신캐릭터도 뜬금없이 새로운 설정에 의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원작의 설정 및 캐릭터와 엮어서 행동에 당위를 부여한 게 마음에 들었다. 물론 캐릭터 그 자체에는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다. 철저히 선역도, 철저히 악역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을 취해 이도저도 못하다가 결국 또 조크가 악역이 되는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뭐 원작에서 모든 일을 꾸민 악의 근원이 조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또한 원작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기존의 캐릭터들도 만족스러웠다. 별 활약은 없지만 작화보정으로 이뻐진 안즈, 비록 사악한 인격에 지배당해 저지른 일이나 자신의 과오로 받아들이는 바쿠라, 유우기의 친구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템을 잠깐이나마 봤고, 또 아이가미의 차원속에 갇혀서도 어떻게든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던 퍼펙트 죠노우치, 잠깐잠깐 나왔지만 약방의 감초같은 느낌으로 활약했던 모쿠바. 혼다나 류지, 스고로쿠 할아버지도 잠깐씩 얼굴을 비춰줘서 좋았다. (여담이지만 나름 동료들 중 메이저한 캐릭인 마이는 왜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 류지도 잠깐 나왔는데 팬서비스로 얼굴이라도 비춰줬으면 좋았을텐데.) 비록 죠노우치의 듀얼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나 사실 억지로 끼워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또 죠노우치가 낄 만한 스토리가 아니니 이해는 한다.
두 주인공 중 하나인 유우기는 딱 주인공 다웠다. 아이보가 사라진 뒤에 혼자 꿋꿋히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본편 마지막에도 느꼈지만 정말 본편 시작할 때 유우기랑 비교하면 아빠의 눈물이 절로 흐른다. 비록 막타는 아템이 쳤지만 아이가미를 이기고 연달아 카이바를 상대하여 몰아붙이는 모습이 당당한 주인공 다웠다.
아템은... 아니 좋았긴 좋았는데... 초반 카이바와의 듀얼도 좋았고 후반부 연출도 정말 좋았는데... 아니 그래서 왜 후반부에서 목소리 안 낸거야... 왜 그랬어요 감독님 말해봐요 왜 우리 왕님 목소리 거기서 뺐어요 거기서 목소리 한 번 내주면 어디 덧납니까? 어차피 앞부분에 카이바랑 듀얼한답시고 성우 불러놨잖아요. 이왕 불러놨으면 그 후반부에 거기서도 목소리 좀 들려주면 안됩니까? 이 부분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내 앞에 감독 있었으면 멱살 잡고 흔들었을 거다. 뭐 소리가 없던 그 연출이 더 좋았던 사람도 있겠지만 난 너무나도 아쉬웠고 또 화가 났다.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인 카이바. 감히 이번 극장판 최고의 캐릭터라 말하고 싶다. 원작에서도(+GX에서도) 기행으로 유명한 카이바지만 이번 기행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오로지 아템과 듀얼을 하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새로운 듀얼디스크를 만들고 무너진 왕의 석판을 찾아 조각을 모으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직접 명계로 찾아간다. 그 중간중간에 백룡 제트기 타고오다가 착륙 직전에 비행기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솔리드 비전으로 전투기 부서지는 걸 보여주질 않나 조각 하나 조립하려고 우주까지 가질 않나 정말이지 기행의 결정체 같은 느낌이었다. 이와중에 자기 신부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온갖 백룡 관련 물건들과 백룡 관련 카드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정말 카이바다웠고 완전 카이바였다.
맨 처음에 말했듯이 나는 이 영화를 워크래프트와 같은 날에 보았다. 하나는 원작이 있는 작품의 후속작이요, 하나는 원작이 있지만 그걸 새로 영화화를 해서 나온 작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둘 다 원작을 알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워크래프트는 원작을 몰라도 알 수 있게 만들어야 했지만은... 그런 점에서는 차라리 대놓고 원작의 후속작이라고 만든 신극장판이 더 나았던 것 같다.
아무튼 유희왕의 팬으로서는 굉장히 재밌게 보았고, 팬서비스가 투철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제는 안 나올거 같지만, 언젠가 또 나올 유희왕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내게 있어 워크래프트는 굉장히 재밌게 한 RTS 게임이었다. 특색있는 유닛과 독특한 영웅 시스템, 그리고 심도 있는 스토리가 어린 나를 사로잡았다. 물론 밀리보다는 유즈맵인 카오스를 더 많이 한 나이지만, 그래도 한창때는 워크 리그도 챙겨보고 했었다.
그런 내게 있어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굉장히 기대되는 영화였다. 특히 블리자드는 매 게임마다 웅장한 시네마틱 영상을 자랑했기에 영화도 틀림없이 잘 만들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3부작의 첫 영화답게 워크래프트1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황폐화된 고향을 뒤로 한 채 아제로스로 건너 온 오크와 인간의 다툼이 주된 스토리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들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최후의 수호자 메디브가 나와 인간들을 도와주는데 대체 메디브는 왜 수호자이며 수호자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레인과 로서의 관계는 나오지만 그들과 메디브의 관계는 상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저 친한척 하니까 친한갑다~ 하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가장 어이없던 건 가로나와 로서의 로맨스였다. 분명 처음엔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이 어느새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카드가한테 갑자기 섹드립 치는 것도 정말 뜬금없었다. 가로나라는 캐릭터 자체를 잘못 잡았다. 하프오크, 하프휴먼이라 두 세력 간에서 갈등하며 화해를 이끄는 존재로 만들고 싶었나 본데 너무나도 부족한 설명과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되는 심경변화로 인해 가장 망한 캐릭터가 되었다. 유일하게 좋았던 건 레인 국왕이 마지막에 가로나에게 스스로 자신을 죽이라고 했던 점이다. 온화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레인의 캐릭터가 부각됨과 동시에 가로나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그리고 그걸 로서가 보고 인간측에 알림으로써 갈등을 깊게 해주는 역할도 했고. 그거빼곤 다 마음에 안 들었다.
메디브도 정말 거지같은 캐릭터였는데 몸속에 살게라스가 들어있다는 거 다 빼놓고 그냥 지옥마법에 오염된 거다~ 라는 것 밖에 안 나온다. 오크를 부른게 메디브라면 왜 불렀는지, 그리고 후반부에 왜 악마의 형태로 변했는지 같은 설명이 전혀 안 나온다. 물론 살게라스 얘기를 하려면 티탄부터 고대신까지 연대기를 읊어야 하니까 못했겠지만,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이 그렇게 때워놓으니 기가 찰 수 밖에.
극후반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로서vs블랙핸드도 너무 한 순간에 승부가 나서 좀 김빠졌고, 메디브가 번개로 보호막 만드는 것도 너무 좀 CG가 별로였고, 아무튼 이래저래 불만이 많은 영화였다. 3부작이고 판타지라 반지의 제왕 같은걸 기대했더니... 반지의 제왕은 무슨 반지닦이지.
그래도 오크들의 묵직한 액션이나 로서무쌍, 생동감 넘치는 그리폰, 카드가의 비전마법, 전열을 맞춘 풋맨들의 방패진, 깨알같은 아옳옳옳, 굴단의 무게감, 스톰윈드의 웅장함 등 팬들이 보면 가슴 설레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장면에서 CG도 좋고. 눈요기로는 상당하다.
결론은 정말 팬들을 위한 영화였다. 아마 워크래프트가 뭔지 모르고 유명한 게임이니까 영화 한 번 볼까? 1편이니 아무것도 몰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그냥 보지 마라. 하나도 이해 못 하고 나올테니. 하지만 워크래프트 RTS, 혹은 와우의 팬이라면 한번쯤은 볼 만한 영화인 거 같다.
흥행이 망할거 같은데 다행히 워크래프트를 매우 사랑하는 중국에서 수익이 생각보다 많이 날 거 같다고 한다. 2편은 아마 스랄의 성장기와 워크2때의 이야기를 다룰 거 같은데 1편보다는 압축할 내용이 적으니 좀 더 나은 내용이 나올 거 같다. 2편을 기대해 본다.
근데 3부작이면 3편은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서스 연대기를 다룰텐데, 그걸 한 편으로 끝낼 수 있나...? 레인 오브 카오스를 1편, 프로즌 쓰론을 1편 해서 4부작으로 해야할 거 같은데. 걱정이 된다.
p.s. 이건 친구들하고 얘기하면서 나온 건데, 2편은 워크2 이야기 죽 나오고 끝난 뒤에 갑자기 화면 어두워지면서 중년 남자의 목소리로 '아들아... 내가 태어났을 때, 온 로데론이 네 이름을 속삭였단다...' 하다가 잠시 뒤에 '아서스...' 하면서 끝날 거 같다. 그럼 난 기립박수 쳐야지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작품이자 엑스맨 뉴 트릴로지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퍼스트 클래스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이어져온 3부작은 굉장히 호평을 받는 작품이었다.
그 마지막을 장식할 아포칼립스이기에, 또한 믿고 보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었기에, 이번 작품도 훌륭한 작품이 나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아쉽게도 다소 모자란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사실 구 트릴로지인 엑스맨1, 2, 3도 1편과 2편은 호평이었으나 3편에서 갑작스런 감독의 교체로 악평을 받은 전적이 있었다.
이번엔 감독은 그대로였지만, 뭐가 문제였을까. 결국 1, 2편보다 못한 3편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초중반에는 아주 훌륭하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깔아두는 포석이 되는 장면들은 어느 한 부분 나무랄데 없이 좋았다.
특히 초반에 아포칼립스가 땅 속 깊이 봉인되는 장면이나,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살덕 에릭이 다시 매그니토로 각성하는 장면, 그리고 수용소에서 자신의 진정한 힘을 자각하는 매그니토의 모습은 굉장히 잘 만들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전개가 서서히 이상해지더니, 결국 후반부에 일이 터지고야 만다.
액션씬은 썩 괜찮았으나, 불친절한 설명과 개연성 없는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캐릭터들은 매력적이나, 사실상 없어도 되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
특히 극후반 아포칼립스와의 결전은 진의 독무대이며, 프로페서 엑스를 구출한 나이트크롤러, 진의 각성을 돕는 프로페서 엑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아포칼립스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다.
퀵실버와 사이클롭스, 미스틱, 비스트가 각자의 능력을 사용해 아포칼립스를 공격하지만 결국 흠집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을 뿐이다.
적어도 동료들이 진의 각성을 도왔거나 아니면 조금씩이라도 아포칼립스에게 데미지를 주어서 진이 이기게 되었다는 묘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물론 원작에서 그만큼 진이 강하긴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닌가. 아포칼립스의 파워를 조금 더 올려주어 동료들과 힘을 합해 쓰러뜨리는 장면이 나왔다면 더욱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혹은 진의 파워를 다소 다운시키던지)
결국 진이 짱짱걸이며, 최초의 뮤턴트이자 몇 천년을 살아온 아포칼립스 따위는 진에게 개발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나머지 엑스맨은 그저 진의 백업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처음부터 진이 각성했다면 아포칼립스고 4기사고 한번에 쓸어버리고 평화를 되찾았을 것 같다.
4기사도 마찬가지. 중심 인물인 매그니토와 그나마 막판에 엑스맨의 편으로 돌아서며 분량을 확보한 스톰을 제외한 사이록과 엔젤은 그냥 엑스맨들 몇몇과 싸우는 게 전부가 되어버렸다. 왜 사이록이었어야 하는가, 왜 엔젤이었어야 하는가. 이런 이유를 그들의 특기를 살려 배치를 했다면 훨씬 더 매끄러운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다.
매그니토의 심정변화도 너무 갑작스럽다. 미스틱과 퀵실버의 설득에 전혀 안 넘어오는 거 같더니 느닷없이 엑스맨의 편을 든다. 마치 뱃대숲에서 느금마사를 통해 마음을 합한 배트맨과 슈퍼맨을 보는 느낌이다. 느금마사 역시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장면이 아니듯, 매그니토의 심정변화도 영화가 끝난 뒤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긴 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납득하게 해야지 끝난 뒤에 곰곰히 생각하면 무얼 하는가. 이러한 장치를 좀 더 많이, 효율적으로 배치를 했어야 했다.
그래도 엑스맨 캐릭터들은 굉장히 좋았다. 특히 어린 엑스맨들이 눈에 띈다. 젊은 패기를 보여주는 젊은 사이클롭스나 귀여우면서 극적인 역할을 해낸 나이트크롤러, 자신의 힘에 고뇌하는 진, 전작에 이어 여전히 씬 스틸러인 퀵실버.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가 더 만들어 질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아포칼립스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p.s. 중간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울버린과 최종결전 뒤 몰래 없어진 사일록은 아마 울버린3를 암시하는 것 같은데... 울버린 시리즈가 죄다 망한 영화가 나와서 크게 기대는 안 됐...다가 휴 잭맨이 울버린3는 역대 울버린 중 최고라고 하니 조금은 기대가 된다. 어차피 나오면 보겠지.
감상의 첫 작품은 최근에 보았던, 그리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로 시작하고자 한다.
아직 상영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혹시나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본문은 가려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후속작이자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MCU의 다른 작품은 몰라도 이 두 작품은 꼭 봐야한다. 그래야 온전히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 스티브 로저스와 아이언맨 - 토니 스타크를 중심으로 12명의 히어로들이 등장하기에 굉장히 정신이 없고, 또한 분량이 특정 캐릭터들에게 치우칠것이라는 개봉 전과는 달리, 루소 형제는 놀랍도록 캐릭터간의 균형을 맞추었다. 물론 스티브와 토니, 버키, 트찰라 네 사람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 있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충분히 자신의 캐릭터성을 뽐내는 장면이 있었다. 이 캐릭터 하면 생각나는 장면들이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워머신은 추락 후 재활을 하는 장면.
비전은 완다에게 요리를 해 주는 장면.
블랙 위도우는 헬기에 타려는 트찰라를 막는 장면.
스파이더맨은 거대한 앤트맨을 쓰러뜨리는 장면.
스칼렛 위치는 염력으로 비전을 무릎꿇리는 장면.
호크아이는 감옥에서 토니에게 소리치는 장면.
팔콘은 중간중간 윈터 솔져와 만담하는 장면.
앤트맨은 거대화 하는 장면.
더 많은 장면들이 있지만 일단은 생략한다.
이 영화에서 우선적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역시 영화의 부제목이다. Civil War. 남북대전 혹은 내전을 뜻하는 단어다. 다들 알겠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마블 코믹스가 있다. 시놉시스도 도입부는 비슷하다. 법안을 놓고 토니와 스티브가 대립을 하게 되고, 여러 히어로들이 캡틴 아메리카 사이드와 아이언맨 사이드로 나뉘어 싸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원작이 서로의 신념으로 인해 내전을 하게 된 것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신념보다는 개인적인 사정, 생각에 의해 싸우게 된다.
그렇다보니 원작 코믹스에서는 토니가 악역처럼 많이 그려진 데 비해 영화에서는 누가 선역이고 누가 악역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12명의 어벤져스 중 누구에게라도 공감할 수 있다. 다들 각자의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기에 싸운다. 다들 조금씩은 잘못을 하고, 실수도 했다. 그래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가 힘들다. 이 점이 시빌 워의 완성도를 굉장히 올렸다고 생각한다.
빌런인 헬무트 지모(원작에서는 제모이지만, 공식 자막에서 지모라고 번역했으니 지모로 표기한다) 역시 커다란 포부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닌, 개인적인 원한으로 어벤져스를 공격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죽음. 복수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는 복수자가 되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나, 동기 그 자체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헬무트 지모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빌런이다. 이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빌런은 현재 MCU 내에서도 단 한 명, 데어데블 시즌1의 빌런인 윌슨 피스크(킹핀) 정도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MCU에 등장하는 빌런들은 초인적인 능력이나 두뇌를 지닌 빌런들 보다는 이런 평범한(킹핀의 무력이 완전 평범하지는 않지만) 빌런들이 더욱 두드러지는 거 같다. 위의 두 명도 있고, 윈터 솔져에 나왔던 알렉산더 피어스도 있고.
또한 인상적이었던 점은 세 아들에 관한 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사람이 셋 나온다. 토니, 지모, 그리고 트찰라. 셋의 모습은 판이하게 다르다. 지모는 끝까지 복수를 감행하고, 토니는 원수를 알게 된 순간은 분노하여 달려드나,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트찰라는 가장 속이 깊은 모습이다. 처음에는 원수를 갚기 위해 격분하지만, 끝에는 아버지의 죽음을 딛고 성장하게 된다. 세 아들의 대조되는 모습도 상당히 잘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핵심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이다. 한 팀이었던 둘은 소코비아 협정때문에 갈라지게 되고, 다시 화해를 하게 되나 하워드 스타크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두고 다시 한 번 갈라지게 된다. 절친한 친우였던 두 사람은 두 번의 대립, 두 번의 처절한 싸움을 겪으며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시 두 사람은 같은 숭고한 목적을 지닌 초인들이다. 마지막에 캡틴이 먼저 화해의 제스쳐를 건넸고, 토니는 조용히 사색에 빠진다.
후속작으로 어벤져스3가 예정되어 있기에 두 사람은 다시 같은 편이 되겠지만,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도 주목해볼만한 점이다. 거대한 적인 타노스를 상대하기 위해 완전히 일심동체가 될 지, 아니면 약간의 감정의 골을 남겨 놓을지. 그 부분은 아마 어벤져스 3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액션에 관한 이야기는 길게 말하면 입아픈 정도다. 초반에 라고스에서 하이드라의 잔당들을 소탕하는 부분부터 후반부 캡틴&윈터솔져 vs 아이언맨까지. 어설프고 빠지는 액션이 하나도 없다. 특히 중반부를 장식하는 공항의 6대6 전투씬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히어로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액션씬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공항씬을 이기는 장면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각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12명의 영웅들과 그들을 서로 싸우게 만든 한 명의 빌런. 모두가 어우러져 만든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현재 MCU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윈터 솔져 만큼이나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시빌 워 개봉 직전에 개봉을 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을 그려낸 '배트맨v슈퍼맨 : 돈 오브 저스티스'가 정의닦이가 되어버렸기에 더더욱 시빌 워는 빛이 나게 되었다. 이 여세를 몰아 어벤져스 3에서도 훌륭한, 역대급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p.s. 어벤져스 2 마지막 장면에서 캡틴이 뉴 어벤져스를 보며 '어벤져스!' 라고 말하며 끝이 난다. 끝나기 직전 입모양이 A를 발음하려는 모양이라 어벤져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 어셈블!'을 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하지만 결국 어셈블을 말하지 않고 끊었는데, 아마 그때는 어벤져스가 확실하게 다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이 일부러 끊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빌 워에서 어벤져스가 갈라져 서로 싸우게 되니까. 아마도 어벤져스 3에서 완전한 어벤져스가 집결했을 때, 캡틴이 가장 앞에서 힘껏 '어벤져스 어셈블!'을 외치지 않을까. 그 장면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