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작품이자 엑스맨 뉴 트릴로지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퍼스트 클래스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이어져온 3부작은 굉장히 호평을 받는 작품이었다.
그 마지막을 장식할 아포칼립스이기에, 또한 믿고 보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었기에, 이번 작품도 훌륭한 작품이 나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아쉽게도 다소 모자란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사실 구 트릴로지인 엑스맨1, 2, 3도 1편과 2편은 호평이었으나 3편에서 갑작스런 감독의 교체로 악평을 받은 전적이 있었다.
이번엔 감독은 그대로였지만, 뭐가 문제였을까. 결국 1, 2편보다 못한 3편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초중반에는 아주 훌륭하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깔아두는 포석이 되는 장면들은 어느 한 부분 나무랄데 없이 좋았다.
특히 초반에 아포칼립스가 땅 속 깊이 봉인되는 장면이나,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살덕 에릭이 다시 매그니토로 각성하는 장면, 그리고 수용소에서 자신의 진정한 힘을 자각하는 매그니토의 모습은 굉장히 잘 만들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로 전개가 서서히 이상해지더니, 결국 후반부에 일이 터지고야 만다.
액션씬은 썩 괜찮았으나, 불친절한 설명과 개연성 없는 전개가 발목을 잡는다.
캐릭터들은 매력적이나, 사실상 없어도 되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
특히 극후반 아포칼립스와의 결전은 진의 독무대이며, 프로페서 엑스를 구출한 나이트크롤러, 진의 각성을 돕는 프로페서 엑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아포칼립스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다.
퀵실버와 사이클롭스, 미스틱, 비스트가 각자의 능력을 사용해 아포칼립스를 공격하지만 결국 흠집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을 뿐이다.
적어도 동료들이 진의 각성을 도왔거나 아니면 조금씩이라도 아포칼립스에게 데미지를 주어서 진이 이기게 되었다는 묘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물론 원작에서 그만큼 진이 강하긴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닌가. 아포칼립스의 파워를 조금 더 올려주어 동료들과 힘을 합해 쓰러뜨리는 장면이 나왔다면 더욱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혹은 진의 파워를 다소 다운시키던지)
결국 진이 짱짱걸이며, 최초의 뮤턴트이자 몇 천년을 살아온 아포칼립스 따위는 진에게 개발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나머지 엑스맨은 그저 진의 백업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처음부터 진이 각성했다면 아포칼립스고 4기사고 한번에 쓸어버리고 평화를 되찾았을 것 같다.
4기사도 마찬가지. 중심 인물인 매그니토와 그나마 막판에 엑스맨의 편으로 돌아서며 분량을 확보한 스톰을 제외한 사이록과 엔젤은 그냥 엑스맨들 몇몇과 싸우는 게 전부가 되어버렸다. 왜 사이록이었어야 하는가, 왜 엔젤이었어야 하는가. 이런 이유를 그들의 특기를 살려 배치를 했다면 훨씬 더 매끄러운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다.
매그니토의 심정변화도 너무 갑작스럽다. 미스틱과 퀵실버의 설득에 전혀 안 넘어오는 거 같더니 느닷없이 엑스맨의 편을 든다. 마치 뱃대숲에서 느금마사를 통해 마음을 합한 배트맨과 슈퍼맨을 보는 느낌이다. 느금마사 역시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장면이 아니듯, 매그니토의 심정변화도 영화가 끝난 뒤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긴 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납득하게 해야지 끝난 뒤에 곰곰히 생각하면 무얼 하는가. 이러한 장치를 좀 더 많이, 효율적으로 배치를 했어야 했다.
그래도 엑스맨 캐릭터들은 굉장히 좋았다. 특히 어린 엑스맨들이 눈에 띈다. 젊은 패기를 보여주는 젊은 사이클롭스나 귀여우면서 극적인 역할을 해낸 나이트크롤러, 자신의 힘에 고뇌하는 진, 전작에 이어 여전히 씬 스틸러인 퀵실버.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가 더 만들어 질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아포칼립스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p.s. 중간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울버린과 최종결전 뒤 몰래 없어진 사일록은 아마 울버린3를 암시하는 것 같은데... 울버린 시리즈가 죄다 망한 영화가 나와서 크게 기대는 안 됐...다가 휴 잭맨이 울버린3는 역대 울버린 중 최고라고 하니 조금은 기대가 된다. 어차피 나오면 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