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고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분명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히메카이도 하타테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남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약속도 없이 누군가 방문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신문을 읽어보라고 집집이 극성을 부리는 까마귀 텐구들도 하타테의 집만은 찾아오지 않을 정도이니.

그러나 그런 하타테의 생각을 비웃듯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결국, 하타테는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 보나 마나 이상한 까마귀 텐구가 신문 권유하러 왔겠지.

신문 안 받…….”

하타테의 예상과 달리 상대는 신문은 권유하러 온 까마귀 텐구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차라리 신문 권유를 하러 온 까마귀 텐구였으면 했다. 아는 얼굴을 만나는 게 이토록 끔찍한 행위일 줄은 몰랐다.

안녕?”

설마 그녀가 자신의 집에 찾아올 줄은 몰랐기에 하타테는 입만 뻐끔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면 손님으로 찾아온 샤메이마루 아야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굉장히 즐거운 표정이었다.

인사를 했으면 받아주는 게 예의 아닐까, 하타테?”

가시 돋친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하타테가 어색하게 말했다.

, . …… 안녕. 아야.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이긴! 친구네 집에 놀러 오는 것도 안 돼?”

순간 친구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 하타테였지만, 여기서 아야를 집 안으로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다른 텐구면 몰라도 아야에게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게 있기 때문이다.

, 정말 고마워. 그런데 미안하지만, 다음에 오면 안 될까? 말도 하지 않고 와서 집 정리도 제대로 안 했고, 어수선하고 엉망인데…….”

괜찮아. 괜찮아. 네가 더럽게 지낸다는 건 평소에도 잘 알고 있으니까. 새삼스럽게 뭘 그러니?”

그러면서 아야는 막무가내로 하타테를 밀치고 집 안에 들어왔다. 하타테가 온몸으로 막으려 했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하타테가 건강한 아야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집에 들어온 아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역시 하타테가 사는 곳답게 쓰레기 같은 집이구나! 너무 어울리는데?”

악의가 가득 차다 못해 넘치는 말이었지만 그걸 내뱉는 아야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전혀 변함이 없었다. 하타테 또한 심한 말을 들으면서도 화를 내거나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고 차분하게 뒤를 따라왔다.

, 저쪽이 하타테의 방이구나! 나 저 방 볼래!”

잠깐, 아야. 내 방은 좀…….”

허무하게 밀린 방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하타테가 아야의 팔을 강하게 잡았다. 반드시 보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친구의 집에 왔으면 방을 보는 건 당연한 거야. 넌 애가 상식이 없니? 아니면, 나한테 보여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거야?”

순간 하타테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분명 공포가 어린 표정이었다. 동공이 살짝 풀림과 동시에 팔도 살짝 풀렸다. 아야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팔을 뿌리쳤다. 힘이 풀린 하타테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지만, 아야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찰칵, 하고 열린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수많은 아야의 사진이 있었다.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 하늘을 나는 아야. 기사를 쓰는 아야. 무녀를 취재하는 아야. 우아하게 부채를 흔드는 아야. 아야. 아야. 아야. 하타테의 방인지 아야의 방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아야가 존재했다.

아하.”

아야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그녀의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물론, 그래서 나쁠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하타테를 매도할 명분이 더욱 뚜렷해졌으니.

이게 어떻게 된 걸까. . . ?”

고개를 돌려 하타테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절망이 그녀의 얼굴에 있었다. 온몸이 마치 병에 걸린 사람처럼 떨렸다. 아야는 그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눈에 새겨 넣었다.

더럽고 칙칙한 네 방에 어째서 내 사진이 이렇게 많이 있는 거지?”

…………………….”

간신히 입을 뗐지만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크나큰 충격으로 인해 실어증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좀 더 강한 충격으로 낫게 해야지. 아야는 준비해두었던 결정타를 던졌다.

너 설마……. 나 좋아하니?”

사시나무 떨듯 떨리던 몸이 순간 굳었다. 마치 홍마관의 메이드가 시간을 정지한 것처럼. 그 모습을 본 아야의 입꼬리가 절로 솟구쳤다.

설마? 진짜야? ! 너같이 더럽고 추악하고 아는 텐구 하나 없는 히키코모리가? 나를?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해? 주제를 알아야지!”

아야의 비웃음을 들으며 하타테의 몸이 무너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끊임없이 절망이 섞인 단어를 내뱉었다. 끝났어. 난 바보야. 이제 없어. 죽자. 죽어야 해. 나 같은 건…….

그녀의 말은 아야의 손짓으로 막혔다. 손을 뻗어 하타테의 턱을 부여잡아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들이댔다. 그렁그렁한 눈물에 아야의 눈망울이 비쳤다.

울어? 너 정말 꼴사납구나!”

계속되는 아야의 매도에 결국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턱선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은 아야의 손을 적셨다. 아야는 잠시 얼굴을 찡그리더니 턱에서 손을 떼고 하타테의 옷에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웃었다.

넌 애가 자존심도 없니? 어떻게 매일같이 괴롭히는 사람을 좋아할 수가 있어? 나에게 있어 너란 존재는 음식물 쓰레기보다도 밑에 있는 구제불능의 쓰레기야. 음식물 쓰레기는 거름이라도 쓸 수 있지.”

…… 그래도…… 난 네가…… 좋은 걸…….”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고백을 했다. 하타테의 목소리로 직접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자 아야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집이 떠나갈 만큼 크게 웃었다.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너랑 같은 까마귀 텐구라는 사실조차 치욕스러운데, 고백이라니 하…….”

간신히 웃음을 멈춘 아야가 이번에는 하타테의 머리를 잡았다. 그대로 끌어당기자 다시 눈과 눈이 마주보는 상황이 되었다. 아야는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로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이 히키코모리야. 넌 내게 욕을 먹어도 좋고, 괴롭힘을 당해도 좋고, 맞아도 좋은 거지? 그럼 평생 그렇게 살아. 평생 널 괴롭힐 테니까. 물론 내가 너에게 사랑을 주는 일 따윈 없어. 내 사랑은 너같은 쓰레기에게 주긴 너무 아까운 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타테의 머리를 홱 뿌리쳤다. 균형을 잃은 하타테가 엎어졌지만 아야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일어나 집을 나갔다. 홀로 바닥에 쓰러진 하타테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그래도……. 좋은 걸…….”

 

 

 

 

 2014. 11. 03

서유님 생일 축하드려요! 

사흘이나 늦었지만... 흑흑 제가 죄인입니다 죽여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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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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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리! 일단 대화를…."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잖아?"


유카리가 레이무의 두 팔을 잡고 천천히 누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약한 요괴라도 어느 정도의 세월을 살았다면 순수한 완력으로는 절대 인간에게 지지않는다. 하물며 상대는 요괴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요괴의 현자, 야쿠모 유카리다. 수많은 요괴를 퇴치하고 다니는 레이무지만 완력은 보통 여자아이와 크게 다를바 없다. 자연히 레이무는 바닥에 쓰러졌고, 유카리가 레이무 위에 올라타는 자세가 되었다.


"아앗!"


바닥에 등을 세게 부딪쳤는지 레이무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는 살짝 두려움에 떠는 표정과 잘 어우러져 유카리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유카리는 사디스틱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무의 귓가에 속삭였다.


"레이무, 나쁜 아이에겐 벌을 줘야겠지?"


말을 끝맺으며 입김을 살짝 불어넣자 레이무가 움찔거렸다. 아아, 어린 양을 눈앞에 둔 늑대의 심정이 이러할까. 반응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다. 유카리는 천천히 레이무의 옷 안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읏… 차가워…."


계절은 겨울. 방안은 따뜻하지만 방금 밖에서 들어온 유카리의 손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질적인 차가움에 레이무는 또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카리의 입에 걸린 미소가 더 짙어졌고 손은 부드럽게 레이무의 흉부를 더듬다가 순간 밑으로 내려갔다.


"안돼, 거긴…!"


레이무가 깜짝 놀라 손으로 막으려 했지만 유카리의 왼손이 레이무의 두 손을 잡아 봉쇄했다. 방해물이 사라진 오른손은 자신의 본래 목적을 다 하기 위해 계속 아래로 내려갔고, 마침내 목표물을 찾을 수 있었다.


"흐응, 여기 있었구나. 맛있는 꽃잎☆"


레이무가 몸속 깊숙히 숨겨둔,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던 꽃잎에 처음으로 외부의 손길이 닿았다. 마침내 찾아낸 그 부드러운 감촉. 유카리는 기쁨은 한껏 느끼며 살짝 꽃잎을 어루만졌다. 여전히 움찔거리던 레이무의 표정은 이제 거의 울 것 같이 되어 있었다.


"유카리… 제발… 그것만은…."

"후후, 그런 얼굴의 레이무도 정말 귀여워. 하지만, 더이상 그만둘 수 없는걸."


혀로 입술을 햝으며 한껏 요염함을 뽐내며 레이무를 괴롭히던 유카리는 이제 슬슬 끝낼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레이무. 이제 슬슬… 이 꽃잎의 처음을 가져가야겠어."

"안돼!"


유카리의 행동을 레이무가 꿈틀거리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역부족. 결국, 유카리는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바를 실행하고야 말았다. 









"바이바이, 레이무. 차는 잘 마실게!"

"다신 오지마!"


유카리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꽃잎을 가져갔다. 과연 오래산 요괴답게 눈썰미가 좋았다. 설마 옷 안쪽에 숨겨놨는데 발견하다니. 레이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극상의 차 맛을 내는 희귀한 꽃잎을…."

"원래 내꺼니까 억울해 할 필요 없어."

"사라져!"


스키마 사이로 나타난 유카리의 머리를 후려치려고 했지만 금세 사라졌다. 힘이 빠진 레이무는 털썩 주저앉았다. 사실 유카리의 말이 맞는 말이다. 분명 유카리는 향림당에 그 꽃잎이 들어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미리 린노스케에게 예약을 해 놓았다. 그리고 린노스케가 잠시 나간 사이에 향림당에 온 레이무가 그 꽃잎을 발견한 것이다. 레이무는 평소처럼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들고왔고,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 어디에 하소연 할 것도 없이, 레이무의 잘못이다.


"예약품이라면 예약품이라고 써 놓아야 하는거 아냐?"


그렇지만 레이무는 린노스케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혼자 투덜거리다가 그것도 귀찮은지 바닥에 벌렁 누워서 잠이 들었다. 








환소담에 낚시용 (...) 으로 쓴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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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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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케이크 스퀘어 2관 동방프로젝트 피오케 '영나앞 옆 제과점' M5 - 06a violet fantasia 입니다.



[신간] 「연꽃 나비」토요사토미미노 미코 x 히지리 뱌쿠렌 / A5 32p 카피본 / 표지 컬러 무광 / 2500원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쟁반을 든 이치린이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차와 함께였다. 그녀는 조용히 차를 내려놓았고, 뱌쿠렌의 감사 인사와 함께 암묵적인 휴식시간이 선포되었다. 미코는 한숨을 내쉬며 향을 음미했다.


“많이 공부한 모양이네. 솔직히 당황했어. 특히 마지막에.”


“후후, 언제까지고 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치린이 문을 열고 나가는 바람에 살며시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간질였다. 보라색과 금색이 뒤섞인 가운데서 닫혀있던 그녀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미코의 시선을 느낀 그녀가 살며시 웃었다. 단지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지만, 그녀의 머리에서는 후광이 빛났고 주변에서는 연꽃잎이 휘날리는 듯했다. 갑자기 그녀의 향기가 미코의 코를 간질였다. 치열한 설전을 하느라 인식하지 못했던 감각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코는 멍하니 뱌쿠렌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미코가 뱌쿠렌을 찾아오는 두 번째 이유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자꾸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불빛을 보고 뛰어드는 나방처럼. 자신을 잊을 정도로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구간] 「환상소요담 Vol.3 ~여명환상~」5인 팬픽 합동지 / A5 230p 인쇄본 일러스트 15p 포함 / 표지 컬러 무광 / 6000원



[구간] 「blurred Lilies」 6인 만화+팬픽 합동지 / A5 113p / 표지 컬러 무광 / 5000원


Posted by s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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